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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만에서 전개되는 군사적 충돌은 단순한 양자 간 분쟁을 넘어 중동 안보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이 이틀에 걸쳐 감행한 연속 공습은 전술적 보복을 넘어 전략적 억지력 재확립이라는 명확한 의도를 드러낸다. 특히 테헤란의 방공망과 레이더 시설을 정밀 타격한 것은 적의 전략적 자산을 무력화하는 고전적 공세 교리의 현대적 적용이라 할 수 있다.
군사 전략 관점에서 주목할 지점은 표적 선정의 정교함이다. 대공 방어 체계와 조기경보 시설에 집중된 타격은 향후 작전 공간 확보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는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 초기 단계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당시 다국적군도 이라크의 방공망을 첫 번째 타격 대상으로 삼아 공중 우세를 확보했다. 현재 전개되는 상황 역시 계단식 확전(escalation ladder)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으며, 각 단계마다 군사적 압박의 강도를 조절하면서 상대방의 대응을 관찰하는 점진적 압박 전략이 구사되고 있다.
테헤란의 대응 양상 또한 전략적 계산을 반영한다. 걸프 지역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타격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전쟁의 비용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정학적 요충지를 활용한 비대칭 전략은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상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1퍼센트가 통과하는 이 수로를 봉쇄 위협의 지렛대로 삼는 전략은 이란이 40년 넘게 활용해온 핵심 억지 수단이다.
흥미로운 점은 금융 시장의 역설적 반응이다. 통상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국내 금 시세가 20만원 선을 하회한 현상은 시장 참여자들이 단기적 충돌로 판단하거나, 달러 강세 등 다른 변수가 더 강력하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2020년 1월 솔레이마니 제거 직후와는 다른 시장 심리를 보여준다. 당시 금 가격은 단기간 급등했으나,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자 빠르게 조정받았다.
전략적 관점에서 현 국면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분기될 수 있다. 첫째, 제한적 응징과 억지의 균형점 도달이다. 양측이 상징적 타격을 교환한 후 외교적 출구를 모색하는 경로다. 1988년 프레잉 만티스 작전 이후와 유사한 패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점진적 확전을 통한 소모전 국면 진입이다. 양측이 명시적 전면전은 회피하되 대리전과 산발적 교전을 지속하는 시나리오로, 최근 100일을 넘긴 충돌 양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 오판과 우발적 사태로 인한 전면 충돌 확대다. 해협의 좁은 수역에서 작전하는 양측 함정 간 접촉이나 민간 선박 피격 등이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언급은 이중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강력한 군사 행동을 지속하겠다는 경고와 동시에 테헤란 당국자와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압박과 협상을 병행하는 고전적 외교 전술이다. 이는 닉슨 독트린에서 활용된 ‘미친 사람 이론(Madman Theory)’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적 모호성의 활용이다.
역사적 선례는 현 상황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은 제한된 국경 분쟁으로 시작해 8년간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소모전으로 변질됐다. 초기 단계에서 양측 모두 단기 승리를 예상했으나 전략적 교착은 장기화됐다. 현재 페르시아만의 긴장 역시 통제된 억지에서 통제 불능의 확전으로 전환될 임계점에 서 있다.
지정학적 함의는 더욱 복잡하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다극화된 세계 질서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중동의 전통적 동맹국들은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면서도 에너지 공급 안정을 우려한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 기회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충돌의 지리적 확산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역내 안보 구조는 이미 재편 중이며, 호르무즈를 둘러싼 이번 충돌은 그 속도를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