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분쟁의 전략적 교착 – 미·이란 ‘지속전 체제’로의 전환과 중간선거 변수

2026년 7월 중순, 중동 정세는 2월 전쟁 발발 당시와 유사한 긴장 수위로 회귀했다. 미국과 이란 간 60일 휴전 합의가 무산되면서 양국은 다시 한번 군사적 대치 국면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번 국면은 단순한 군사작전의 재개가 아니라, 전쟁 양상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미군의 공습 범위 확장은 전략적 목표의 변화를 시사한다. 7월 11일부터 8일 연속 진행된 야간 공습은 당초 군사시설 중심에서 교량, 철도, 공항 등 민간 기반시설로 타격 대상을 확대했다. 반다르아바스 항구도시 일대의 교통 인프라가 집중적으로 파괴되었으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이란의 군수 보급로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를 “이란 해군의 작전 지속능력 제거”라는 목표와 연계시켰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반복적 타격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대응 능력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파괴된 발사대와 레이더 시설은 일정 시간 후 다시 작동하고, 이미 공격받은 지역이 재차 타격 대상이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현대전에서 물리적 파괴와 작전 수행 능력의 영구적 무력화가 별개의 문제임을 입증한다. 이동식 발사체계, 분산된 지하시설, 대체 지휘망은 전통적인 공중우세만으로는 제압하기 어려운 복원력을 제공한다.

미국의 군사적 증강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유럽 기지에 배치되었던 전투기들이 중동으로 재배치되고 있으며,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과 라몬 공항에는 총 60여 대의 공중급유기가 집결했다. 이는 2월 전쟁 초기 수준의 전력 집중으로, 장거리 공습 작전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백악관 회의에서 지상군 투입과 지하 핵시설 직접 폭격 방안이 논의되었다는 보도는 작전 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이란은 비대칭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직접적인 미군 기지 공격과 더불어 쿠웨이트, 바레인 등 걸프 동맹국의 민간 시설을 타격함으로써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에 균열을 가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 AI 센터 등에 대한 공격은 경제적 피해를 극대화하면서도 국제법적 비난을 최소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유조선 공격도 지속되고 있어, 해상 교통로의 안전이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7월 17일 요르단 아즈라크 미 공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미군 2명이 전사하고 1명이 실종된 사건은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다.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직접 공격으로 미군이 전사한 첫 사례로, 이는 이란의 방공망 돌파 능력과 미군 기지의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게 이는 심각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 양상의 변화는 ‘통제권 확보’에서 ‘지속능력 경쟁’으로의 전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승리의 기준이 더 이상 적 전력의 파괴 규모가 아니라, 군사·경제·정치적 압박을 얼마나 오래 견디며 이를 협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미국은 압도적 공중우세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통항 질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란은 완전한 통제권은 확보하지 못했으나 미국의 목표 달성을 계속 지연시키고 있다.

이러한 교착 상태의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10월 선거 전 종전 시 사법 처리를 피하기 어려워 전쟁 지속을 선호하며, 팔란티어, 안두릴 등 신흥 방산기업과 오픈AI,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실전 데이터 수집과 무기체계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테크 군산복합체’의 등장은 전통적 군산복합체와는 다른 차원의 전쟁 지속 동력을 제공한다.

동시에 이란 정권은 전쟁 상황을 내부 통제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정치범 처형이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증가한 47명에 달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이 전쟁에 집중된 틈을 타 반체제 인사 숙청을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국민을 구하겠다”는 수사와 달리, 전쟁은 오히려 억압 체제를 강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

핵 문제 역시 미해결 상태다. 주요 핵시설에 대한 반복적 타격에도 불구하고 IAEA의 정상적 검증은 복원되지 않았으며, 잔존 핵물질과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군사적 파괴가 정치적 통제로 자동 전환되지 않는다는 교훈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결국 현재의 전쟁 양상은 단기 결전이 아닌 장기 소모전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11월 중간선거라는 정치 일정이 미국의 전략 선택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의 67%가 전쟁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미군 전사자 발생은 트럼프 행정부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보복 강화로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도 있지만, 전쟁의 늪에 빠진 이미지가 부각되면 선거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