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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치아로 음식을 제대로 씹는 것이 단순히 소화를 돕는 차원을 넘어 치매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특히 구강 건강 관리가 뇌 기능 유지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고령화 사회의 치매 예방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양대병원 연구진이 치매 전 단계에 있는 65세 이상 노인 6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63%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인공 치아 자체의 효과라기보다는 ‘다시 제대로 씹을 수 있게 된 점’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용성 임상 조교수는 “씹는 행위 자체가 뇌의 인지 기능을 활발하게 자극한다는 연구 보고들이 축적되고 있다”며 “턱 근육 운동과 치아 주변 감각이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면서 뇌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치매가 중증으로 진행되면 저작 기능이 떨어지고 구강 관리도 소홀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치아를 잃지 않도록 평소 구강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도 나왔다.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은 노인층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약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한 양치질 횟수를 하루 한 번에서 세 번 이상으로 늘린 사람들은 치매 위험이 20% 이상 낮아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러한 결과들은 구강 내 세균과 염증이 전신 건강, 특히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잇몸 질환으로 인한 만성 염증이 혈류를 타고 뇌로 전달되면서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주염 환자에게서 인지 기능 저하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해외 연구들도 발표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임플란트 2개까지 지원하며, 성인 전체에 대해서는 연 1회 스케일링 비용을 보험 적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를 적극 활용해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고, 치아 손실이 발생하면 빠른 시일 내에 보철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한편 중년기의 생활 습관도 뇌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중년기 생활 습관과 20여 년 후 뇌 영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중년에 TV 시청을 많이 한 사람들은 20년 뒤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부피가 더 작고 치매 위험과 연관된 뇌백질 손상도 더 많이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앉아 있는 활동이라도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앉아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부정적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나탄 페테르 박사는 “앉아서 하는 활동의 종류에 따라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며 “단순히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라는 권고를 넘어 앉아서 무엇을 하느냐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년기 근육 손실을 막는 것이 뇌혈관 건강 보호로 이어진다는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연세대 의대 공동 연구팀이 65세 이상 한국인 약 3천 명을 10년간 추적한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92배, 사망 위험이 1.45배 높았다. 근육과 혈관이 노화의 영향을 함께 받기 때문에 근력 운동이 심장과 뇌혈관 건강을 함께 지키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치아 관리, 적절한 신체 활동, 인지적으로 자극적인 활동 등을 포함한 통합적 접근이 뇌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들기 전부터 이러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