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도 효과”…치매 명의가 20년간 지킨 식단의 비밀

치매는 더 이상 노인만의 질환이 아니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30·40대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전문가들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식단 관리가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인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진료실에서 만난 38세 환자 사례를 언급하며 초로기 치매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인쇄업체에서 근무하던 이 환자는 업무 능력 저하로 해고당했지만, 처음에는 단순한 번아웃으로 여겼다. 하지만 검사 결과 전두측두 치매로 진단됐다.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는 전체 치매의 약 10%를 차지하며, 대부분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식습관 개선이다. 최신 연구들은 특정 음식들이 뇌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녹차는 대표적인 뇌 보호 식품으로 꼽힌다. 항산화 물질인 EGCG와 아미노산 L-테아닌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신경세포 손상을 억제한다. 2022년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녹차를 꾸준히 마신 그룹에서 우울 증상 완화와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달걀 역시 치매 예방에 탁월한 식품으로 나타났다. 미국 로마린다대 연구진이 약 4만 명을 1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주 2~4회 달걀을 섭취한 그룹은 전혀 먹지 않은 그룹보다 치매 위험이 20% 감소했다. 주 5회 이상 섭취 시에는 위험 감소율이 27%까지 높아졌다. 달걀에 함유된 콜린 성분은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생성을 돕는다. 핀란드 이스턴대 연구에서도 콜린 섭취량이 많은 집단의 치매 발생률이 28% 낮게 나타났다.

카카오 함량 70% 이상의 다크초콜릿도 뇌 건강에 유익하다. 2024년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카카오 폴리페놀이 풍부한 다크초콜릿 섭취가 인지 과제 수행 정확도를 높이고 뇌 활성화 효율을 개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연구 결과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식품을 자주 섭취한 그룹은 치매 발생 위험이 28% 감소했다.

강황의 핵심 성분인 커큐민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뇌 조직에 직접 작용한다. 2018년 미국 노인 정신의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 50~90세 성인에게 커큐민을 18개월간 투여한 결과, 기억력이 28% 향상되고 뇌 영상 검사에서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 축적이 감소했다. 단 커큐민은 흡수율이 낮아 흑후추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반면 피해야 할 음식도 명확하다. 초가공식품은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인다. 미국공중보건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50세 이상 5,300여 명을 9년간 추적한 결과,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보다 치매 위험이 58% 높았다. 핫도그, 포장 쿠키, 감자칩 같은 식품에 포함된 유화제, 고과당 옥수수시럽, 과도한 나트륨이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점은 이미 뇌 변화가 진행된 고위험군에서도 식단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연구팀이 60세 이상 1,865명을 장기 추적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처럼 염증 유발 가능성이 낮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한 사람들은 알츠하이머 관련 뇌 변화나 신경세포 손상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도 치매 발병 위험이 20~30% 낮았다.

한편 식습관 변화도 치매 초기 신호가 될 수 있다. 전두측두 치매 환자의 경우 과식하거나 단 음식만 찾는 극단적인 식습관 변화가 기억력 장애보다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 생선 중심의 식단은 치매 위험을 41%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공육과 붉은 고기, 당 함유 음료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식품과 건강한 지방 섭취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뇌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