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불로장생, 그 꿈은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할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 질문에 냉정한 답을 내놓았다. 설령 노화를 일으키는 모든 요인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인간의 수명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스콜코보 과학기술연구소의 계산생물학자 드미트리 크리우코프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NPJ 에이징’에 주목할 만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노화의 주요 원인인 만성 염증,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노화세포 축적 등을 모두 해결했다는 가정 하에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유일하게 남은 체세포 DNA 돌연변이만으로도 인간 수명은 평균 156세, 최대 146~194세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됐다.
체세포 돌연변이는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DNA에 미세한 오류가 발생해 점차 축적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몸은 이런 손상을 복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완벽하지 않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일부는 암과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돌연변이가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결국 생존율 감소에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장기마다 돌연변이에 대한 저항력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연구에 따르면 간세포나 피부세포처럼 활발하게 교체되는 조직은 손상된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지속적으로 대체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수천 년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간 조직이 적절한 환경에서 매우 오랜 기간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모델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뇌의 신경세포와 심장 근육세포는 출생 이후 거의 재생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DNA 손상이 누적되면 회복이 어렵다. 이들 장기가 인간 수명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병목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결국 뇌와 심장이 노화의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장기라는 의미다.
크리우코프 연구진은 “노화가 전혀 없는 가상의 이상적 환경에서는 인간의 중간 수명이 1759년까지 늘어날 수 있지만, 체세포 돌연변이만 추가해도 약 156년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한다”며 DNA 손상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현재 전 세계 평균 수명인 79세의 약 두 배 수준이지만, 인간이 무한정 살 수 없음을 시사하는 수치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실제 인간 수명의 절대적 한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크리우코프는 “이번 결과는 실험 데이터가 아닌 수학적 추정치”라며 “계산된 최대 수명이 반드시 인간 수명의 절대적인 한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체세포 돌연변이만으로는 노화의 원인으로서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다른 노화 메커니즘과 결합하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현재 항노화 산업에 몰두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항노화 스타트업 레트로바이오사이언스에 약 2600억원을 단독 출자했으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알토스랩스에 4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들 기업은 세포 역노화와 유전자 치료 등 다양한 접근법으로 건강수명 연장에 도전하고 있다.
레트로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신경퇴행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 후보물질 ‘RTR242’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알토스랩스는 2006년 노벨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발견한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해 세포의 나이만 되돌리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라이프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월 후성유전 리프로그래밍 치료제의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하며 노화 세포를 젊은 세포처럼 기능하게 만드는 임상에 돌입했다.
이처럼 노화를 질병으로 보고 치료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번 연구는 생명에는 피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유전자 복구 기술이나 세포 재생 기술이 발전하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200년이 인간 수명의 현실적 상한선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