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반도체 집중 매수, 7월 순매수 전환에도 삼성전자는 순매도 1위

국내 증시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올해 7월 들어 6개월 만에 매수 우위로 전환하며 반도체 업종에 집중적으로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같은 반도체 섹터 내에서도 종목별 희비가 엇갈리며 선별적 투자 양상을 보이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등은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684억원을 순매수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매달 수천억원에서 최대 2조원 이상 순매도세를 지속했던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상반기 동안 한 달 평균 순매도 일수가 절반을 넘었지만, 7월에는 6거래일에 불과했다.

연기금의 매수 1순위는 SK하이닉스가 차지했다. 국민연금은 이달에만 SK하이닉스 주식을 4258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최대 순매수 종목이다. 뒤이어 SK이노베이션 2247억원, S-OIL 1744억원, DB손해보험 1094억원, 셀트리온 953억원, 대한항공 899억원 순으로 매수했다.

반면 순매도 상위권에는 삼성 계열사들이 다수 포진했다. SK스퀘어가 5757억원으로 순매도 1위를 기록했고, 삼성전기가 3136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생명 1238억원, LG이노텍 1119억원, 삼성전자 1115억원 등이 매도됐다. 같은 반도체 대장주임에도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순매수, 삼성전자는 순매도 상위권에 오르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국민연금의 SK하이닉스 집중 매수는 오는 29일 발표될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컨센서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4조597억원, 64조88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7조2000억원을 단번에 넘어서는 수준이다. 1분기 영업이익 37조6103억원과 합산하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1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수익성 지표는 글로벌 경쟁사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고대역폭메모리 생산 비중 확대로 범용 메모리 공급이 한계 수준에 도달했다”며 “장기공급계약 비중 증가로 빅테크와 AI 데이터센터 향 매출 비중이 7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분기 예상 영업이익률은 75~77%로,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의 60.3%를 15%포인트 이상 앞지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3분기 연속 TSMC를 상회하는 수익성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의 사실상 2대 주주로 올라섰다. 26일 닛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키옥시아 최대주주였던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보유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는 도시바로 돌아갔다. 베인캐피털은 지난해 12월 키옥시아 상장 당시 4개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약 55% 지분을 보유했으나, 최근 1년간 대부분 매각해 약 2조5000억원의 매각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베인캐피털의 특수목적법인에는 SK하이닉스가 2660억엔을 투자한 바 있으며, 단순 계산 시 SK하이닉스는 약 7500억엔(약 7조원)의 매각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 전환사채는 아직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았으며, 실제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되려면 각국 독점규제 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이번 매수 전환이 리밸런싱 재개에 따른 기계적 조정보다는 하락장에서의 전략적 저가 매수로 해석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실적 모멘텀이 뚜렷한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