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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 폭력과 학대가 극단적 비극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연일 보도되면서 현행 보호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만으로는 위험에 처한 가족 구성원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러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법원으로부터 긴급 보호명령을 받은 43세 여성이 별거 중이던 48세 남편에게 피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소셜미디어에서 3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남편의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을 공개적으로 알렸던 인물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해자는 자신이 지도하던 유소년 농구팀 소속 15세 선수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당시 다른 코치가 초등학교 행사 현장에서 이를 목격하고 즉각 제지한 뒤 피해 학생의 보호자에게 알렸다. 경찰 조사 결과 유사한 행동이 장기간 반복됐으며 여러 지역에서 동일한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직후 가해자가 도주하자 경찰은 피해자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고 긴급 보호명령 신청 절차를 안내했다. 피해자는 다음 날 법원으로부터 보호명령을 받았고, 법원은 가해자에게 약 91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자택에서 퇴거할 것을 명령했다. 해당 명령은 한 달 뒤 연장돼 다음 달까지 효력이 유지될 예정이었다.
한 달 뒤 피해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남편을 비판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곧 전 남편이 될 사람이 소아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농담이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영상 게시 13일 만에 비극이 발생했다.
사건 당일 오후 11시 16분경 911 신고센터에는 “계부가 어머니를 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의 아들이 이웃집으로 대피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피해자와 가해자는 모두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살인 후 자살로 추정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가정폭력 전문가들은 보호명령의 실효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거리 제한을 명령하는 것만으로는 위험한 상황을 예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시간 위치 추적, 전자발찌 부착, 24시간 긴급 대응 시스템 등 추가적인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한 50대 여성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가 발생한 방화 사건으로 전신 화상을 입고 하루 만에 사망했다. 남편은 “결혼하고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었다”며 “살려달라”고 외치던 아내의 절규가 마지막 대화였다고 슬퍼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시댁의 장기간 학대와 괴롭힘을 견디던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혼 21년 차인 이 여성은 시어머니와 시누이로부터 지속적인 정신적 학대를 받았으나 남편은 이를 방관했다고 호소했다.
정신건강 전문의들은 가정 내 폭력과 학대가 피해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와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법적 보호를 받고 있음에도 불안감이 지속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발전할 수 있다. 조기 개입과 체계적인 심리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