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 1조3천억원으로 90% 급감…예탁금 규제 이틀 만에 효과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가 시행된 지 이틀 만에 거래대금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며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16개 상품의 거래대금은 1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규제 시행 전과 비교해 약 90% 가량 줄어든 수치다.

8월 4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예탁금 3천만원 상향 조치가 본격 적용된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의 거래 열기가 급속히 식었다. 규제 시행 전까지 하루 10조원대를 넘나들던 거래대금이 1조원대로 축소되면서,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당국의 조치가 실질적인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거래도 함께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예탁금 규제로 개인의 매매가 줄어들자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축소되며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 참여도 자연스럽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이 개인투자자의 참여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거래대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주가의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80 수준에서 움직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불확실성을 나타내고 있다. 8월 4일 코스피는 장중 고점과 저점 차이가 2.7%를 기록했는데, 이는 7월 평균 변동폭 7%와 비교하면 다소 진정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변동성이 지속되는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투기적 자금의 쏠림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 헤지펀드들이 차입을 통해 반도체 주식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뉴욕 증시에서는 “반도체가 새로운 가상화폐(chips are the new crypto)”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인공지능 붐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전망이 투기적 투자를 부추긴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AI 투자의 샛별’로 불리던 20대 유명 투자자가 4배 레버리지를 활용한 공격적 투자 전략을 펼치다가 펀드 전체를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반도체 섹터에 쏠린 투기적 자금의 규모와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상무는 “기업 이익 증가율을 보면 반도체가 다른 업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늘어나고 있어 자본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3분기 반도체 실적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동성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홍콩 증시에서는 가변 레버리지 지침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매일 변동성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해 다음 거래일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의 거래 배율을 결정하는 제도로,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적용된다. 한국 정부 역시 레버리지 배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대금 급감으로 단기적인 쏠림 현상은 완화됐지만,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성장 기대와 글로벌 투기자금의 유입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변동성 장세는 8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당국의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