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해당 상품들의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개 상품의 전일 거래대금은 1조24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예탁금 3000만원 규제 시행 직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위축된 수치다.
당국이 예탁금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며 투자 문턱을 높인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난 것이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는 이제 최소 3000만원을 증권계좌에 예치해야 거래가 가능하다. 이전에는 수백만원 수준의 소액으로도 접근할 수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거래대금 감소는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축소로도 이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의 거래 참여가 줄어들자 유동성을 제공하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함께 발을 빼면서 전체 거래규모가 동반 위축됐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해당 ETF들의 일평균 거래회전율은 규제 시행 전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는 이제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묶여 있던 개인 자금이 어느 시장으로 유입될지 주목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코스피 시장 내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외 다른 종목으로 분산되는 경우와,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우다.
iM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지금은 어느 시장에 자금이 유입될지보다 그동안 낙폭이 과대했던 종목들이 얼마나 반등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3일 코스피 지수가 5% 하락 마감했지만 상승 종목 개수가 하락 종목보다 많았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쏠림이 완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락해도 다른 종목들이 상승하며 지수가 오르는 장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는 대형 반도체주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중소형주와 업종별 순환매가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일부 증권사 리포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쏠렸던 자금이 다시 분산되면서 코스피 시장 내 순환매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홍콩 증시는 한국보다 앞서 가변 레버리지 지침을 시행 중이다. 홍콩 거래소는 매일 변동성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해 다음날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거래 배율을 조정한다.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이 규제를 적용받는다.
국내 금융당국 역시 레버리지 배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법령상 레버리지 배율은 고정돼 있어 변동성이 높아질 때도 동일한 배율이 유지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빠르면 하반기 중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규제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일부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시장 활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향후 규제와 시장 자율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정책 당국의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