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탈모치료 급여화 논란, “우선순위 흔든다” vs “1000만 환자 외면” 팽팽

정부가 추진하려던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가 개최 나흘 전 전격 취소되면서 의료계와 환자단체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9일 보건복지부는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첫 의제로 내걸었던 국민참여 공론장 ‘모두의 토론회’를 돌연 취소했다. 이틀 뒤인 7월 1일에는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바리시티닙의 급여가 조용히 시작됐다.

이번 토론회 취소 배후에는 중증질환 환자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정면으로 흔드는 포퓰리즘”이라며 중단을 요구했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역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내세운 핵심 논리는 명확했다. 생명이 걸린 중증질환 환자의 보장률이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에서 탈모 급여화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실제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말 공표한 2024년 보장률을 보면,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은 81.0%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암질환 보장률은 76.3%에서 75.0%로 떨어졌으며,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 질환의 보장률도 80.2%로 0.7%포인트 낮아졌다. 정작 지켜야 할 영역의 보장이 뒷걸음치는 국면에서 새로운 항목을 추가할 여력이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재정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2025년 공급액을 기준으로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하면 연간 약 1797억원이 소요되며, 대상 범위에 따라서는 최대 5000억~7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추계가 나와 있다.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제 특성상 이 지출은 영구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중앙대 약학대학 이종혁 교수는 현행 급여 체계에서 우선순위가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2024년 4월 시작된 첩약 건강보험 2단계 시범사업의 급여비 지급액은 당초 정부 추계치 1188억원을 크게 넘어선 1913억 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계획 487억원에 집행 866억원, 2025년 계획 699억원에 집행 예상 1376억원으로 집행률이 각각 177.8%, 196.9%에 달했다.

이 교수는 “우선순위를 근거로 무언가를 막으려면, 그 우선순위가 이미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며 “현행 급여 목록을 살펴보면 사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잉 이용 논란이 끊이지 않던 도수치료가 7월 1일부터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급여권에 편입된 것도 우선순위 논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로 꼽힌다.

탈모 환자 규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잠재적으로 약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탈모증 진료인원은 최근 4년간 매년 20만명 이상을 유지했다. 2025년 기준 연령별 환자는 40대가 5만3489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5만712명, 50대 4만6539명, 20대 3만5803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논의의 문이 닫히고 다른 쪽에서는 일부 탈모 치료의 급여 문이 열리는 모순적 상황이 이어지면서, 건강보험 급여화의 우선순위 원칙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명의 위급성만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환자 수와 삶의 질 개선 효과도 함께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