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0% 급락 당일,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목한 중국 노광장비 양산 보도와 AI 투자 불확실성의 연쇄 충격

2026년 7월 28일 코스피가 10.84% 급락하며 역사상 네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한 가운데, 주요 해외 언론들은 이날 아시아 증시 전반의 붕괴를 집중 조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글로벌 금융 매체들은 한국 증시를 하락세의 중심으로 지목하며, 중국의 심자외선 노광장비 양산 착수 보도와 인공지능 투자 불확실성 확대라는 두 가지 핵심 변수를 동시에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공지능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아시아 증시가 하락했다”며 “한국의 코스피가 하락세를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전날 2.2% 하락한 여파가 아시아 전역의 반도체 및 기술주 하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4%대 하락세를 보이며 아시아 증시 전반이 동반 급락했다.

특히 WSJ은 시장 조사기관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 국영기업이 심자외선 노광장비 양산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시각 27일 상하이 소재 중국 국영기업의 액침 심자외선 노광장비 생산 개시 소식을 전한 직후, 세계 최대 노광장비 업체인 ASML의 주가가 8.4% 급락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인공지능 관련 주식 매도세가 심화되면서 투자자들이 반도체 제조업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 하락을 상세히 다뤘다. 이 매체는 SK하이닉스의 주식예탁증서(ADR) 주가가 전날 뉴욕증시에서 7% 이상 급락한 사실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ADR 급락은 국내 정규 장 개장 전 이미 해외 투자자들의 매도 압력이 강하게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두 변수의 연쇄 작용은 시장 참여자들의 공포 심리를 증폭시켰다. 중국의 노광장비 기술력 향상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AI 투자 불확실성은 단기 수요 둔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요인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은 반도체주 전반에 대한 포지션을 급격히 축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급락의 성격에 대해 펀더멘털보다 심리적 요인이 컸다고 평가한다. FT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올해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러한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조정이 끝났다고 판단되면 글로벌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의 노광장비 양산 착수가 즉각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액침 심자외선 노광장비 기술은 ASML이 독점하고 있는 영역으로, 중국 기업이 상업적 수준의 양산 능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의 기술 발전 속도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AI 투자 불확실성 역시 일시적 조정 국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2.2% 하락은 단기 차익실현 성격이 강했으며,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에는 실질적 변화가 없었다. 다만 투자 규모의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단기 밸류에이션 조정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언론들의 이 같은 분석은 국내 증시 급락이 국내 고유의 문제라기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투자 심리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시사한다. 중국의 기술 추격과 AI 투자 불확실성이라는 두 변수는 앞으로도 반도체 산업과 관련 증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지속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경쟁력과 AI 수요 성장세가 주가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 언론들이 지목한 두 가지 하락 요인에 대한 시장의 소화 과정이 마무리되고, 실제 펀더멘털 지표들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지가 향후 증시 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