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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 반구동의 한 무료급식소. 배식 시작 30분을 앞둔 오전 10시, 이미 건물 내부는 어르신들로 가득 찼다. 찜통더위를 우려한 봉사자들이 예정보다 일찍 문을 열었지만, 1시간 전부터 계단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 12일째, 더위는 취약계층 노인들의 생활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고 있다.
이날 급식소를 찾은 한 어르신은 “집에 가만히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힌다”며 “에어컨을 펑펑 틀자니 전기요금이 무서워 이렇게 사람 만나고 밥 주는 곳을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냉방비 부담에 집을 나선 홀몸 노인들이 무료급식소뿐 아니라 은행과 병원 등을 전전하며 더위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급식소에는 평소 80명 수준보다 훨씬 많은 100여 명의 이용객이 몰렸다. 고물가와 폭염이라는 이중고가 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한 결과다.
급식소 안에서는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오고, 한 어르신이 마이크를 잡고 구성진 가락을 뽑아냈다. 다른 노인들은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장단을 맞췄다. 밥 한 끼와 함께 얻는 ‘사람 냄새’가 이들을 이곳으로 이끄는 또 다른 이유였다. 봉사자들이 불고기, 잡채, 오이무침과 된장국을 한가득 담은 접시를 내밀자 어르신들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잘 먹겠습니다”라고 정중히 인사했다. 먼저 배식을 받은 노인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옆자리 고령자에게 접시를 양보하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이처럼 무료급식소가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사회적 관계망의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7%로 증가해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더욱이 고령인구는 유소년 인구의 2배에 달하며, 전국 229개 시군구 중 224곳에서 노인이 아이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69.2%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70% 선이 무너졌다. 일하는 사람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시스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받는 사람은 1년 새 60만 명 이상 늘어나면서, 현역 세대의 처분가능소득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일상 곳곳에서 체감되고 있다. 학원 자리에 병원이 들어서고, 유치원 건물이 요양시설로 바뀌는 풍경이 익숙해지고 있다. 한국인의 중위연령은 46.8세로 높아졌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 속 무료급식소 앞에 긴 줄을 서는 노인들의 모습은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마주하게 될 복합적 과제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냉방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집 밖을 전전하는 홀몸 노인, 사회적 고립 속에서 ‘사람 냄새’를 그리워하며 무료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 이들의 고단한 여름나기는 고령화 시대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노인 빈곤, 사회적 고립 문제에 대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