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여성 음주 문제, 우울·분노와 겹치며 건강 위협 키운다

최근 10년간 한국 성인의 음주 패턴이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성은 전 연령대에서 고위험 음주율이 감소한 반면, 30대 이상 여성에서는 오히려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성인 약 2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2016년과 비교해 남성 20대의 고위험 음주율은 17.8%에서 10.4%로, 30대는 25.5%에서 16.3%로 크게 떨어졌다. 고위험 음주는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소주 7잔 또는 맥주 5캔 이상, 여성은 소주 5잔 또는 맥주 3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30대는 6.8%에서 8.1%로, 40대는 5.8%에서 7.6%로 상승했다. 50대와 60대 여성도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70대 이상에서도 일부 상승이 확인됐다. 20대 여성만 유일하게 9.2%에서 7.5%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사회 활동 확대와 함께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문화, 가정 내 음주 증가 등 생활 패턴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퇴근 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음주가 일상화되면서 건강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여성의 고위험 음주가 우울증, 흡연, 만성질환 등 다른 건강 위험 요소와 결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방송에 출연한 의사 겸 사업가 여에스더의 사례는 이러한 복합적 건강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의사 함익병은 그의 상태를 진단하며 “정신과 약을 먹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고 있다”며 “타인에게 절대 표현하지 못하는 분노를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단순히 음주량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에서의 스트레스, 사회적 역할에 대한 부담을 술로 해소하려다 오히려 우울감과 자기 학대적 행동 패턴에 빠지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개인의 절주 실천에만 의존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종합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음주 문제와 정신 건강을 함께 상담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주세 조정, 주류 마케팅 규제 등 사회 환경적 차원의 개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여성의 알코올 대사 능력이 남성보다 낮다는 생리학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게 올라가며, 간 손상과 각종 질환 위험이 더 크다. 따라서 여성 건강을 고려한 맞춤형 음주 가이드라인과 조기 개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음주 문제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지 말고, 스트레스 관리와 정신 건강 지원을 포함한 통합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30~40대 여성들이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고, 필요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