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폐지 줍는 노인들, 탈수와 온열질환 위험 3배 높아집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78세 할머니는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왔습니다. 혈압은 정상보다 낮았고, 소변량도 크게 줄어 있었습니다. 탈수 증상이었습니다. 보호자에게 물어보니 할머니는 매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폐지를 주우러 다니셨고, 그날도 한낮에 수레를 끌고 동네를 돌다가 쓰러지셨다고 했습니다.

여름철 폭염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건강 위험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고물상 앞은 햇빛을 가릴 그늘도 없이 쇳덩이와 종이 더미로 가득하고, 지면에서 반사되는 열기는 체감온도를 더욱 높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무거운 수레를 끌고 하루 종일 움직이는 것은 젊은 사람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70대, 80대 어르신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매일 이 일을 반복합니다.

의학적으로 볼 때 노인은 젊은 성인보다 더위에 훨씬 취약합니다. 나이가 들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갈증을 느끼는 감각도 둔해집니다. 땀샘의 기능이 저하되어 체온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어렵고, 만성질환으로 복용하는 약물들이 탈수를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특히 고혈압약, 당뇨약, 이뇨제 등은 체내 수분 균형에 영향을 미칩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이중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장시간 야외에서 신체활동을 하면서도 적절한 수분 섭취나 휴식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화장실 가는 것이 불편해 일부러 물을 적게 마시는 경우도 많고,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갈증을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폐지 수거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노동으로 인식하지 않아 건강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온열질환의 초기 증상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통, 어지럼증, 구역질, 근육 경련이 나타나면 즉시 그늘진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옷을 느슨하게 풀고, 시원한 물로 몸을 적시며, 가능하면 물이나 이온음료를 천천히 마셔야 합니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땀이 전혀 나지 않으면 열사병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폐지 수거 노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건강 보호 방안이 필요합니다. 작업 중에는 최소 30분마다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15-20분마다 물을 한 컵씩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모자와 밝은 색 옷으로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가능하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작업을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지역사회 차원의 지원도 절실합니다. 고물상 인근에 그늘막과 식수대를 설치하고, 무료급식소나 경로당에서 냉방 쉼터를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폭염 속에서도 폐지를 주울 수밖에 없는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건강은 생계보다 중요합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에서는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한 곳에서 몸을 보호해야 합니다. 주변에 폐지를 줍는 어르신을 보시면 괜찮은지 한 번 물어봐 주시고, 필요하면 시원한 물 한 병을 건네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관심이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