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찌르지 않는 혈당측정, 타액으로 가능해진다 – 160명 임상 시작

진료실에서 당뇨병 환자분들을 만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하소연이 있습니다. “손가락 찌르는 게 너무 아파요”, “하루에 몇 번씩 피를 뽑으려니 손끝이 온통 상처투성이예요”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혈당 측정을 위해 매일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찌르는 행위는 당뇨병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불편함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 본격적인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동운아나텍이 개발한 타액 기반 혈당측정기 ‘디썰라이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계획서 승인을 신청하면서, 비침습 혈당 측정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침, 즉 타액만으로 혈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어 바늘로 피부를 찌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타액을 이용한 혈당측정기가 정식 인허가 절차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임상시험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한 3개 대형 병원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며, 참여 인원은 160~200명 규모입니다. 정식 명칭은 ‘타액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개인용 타액당 측정 시스템의 임상적 안정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다기관, 비 무작위, 전향적 임상 성능시험’입니다. 임상 시작 후 약 1개월 내에 완료될 예정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이번 임상에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적용됩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했던 초기 임상보다 훨씬 향상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디썰라이프는 식약처로부터 체외진단의료기기와 디지털의료기기로 이중 분류를 받았기 때문에, 두 번의 별도 임상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현재 진행되는 것은 그 첫 번째 단계입니다.

의료기기 관점에서 보면 이 기술의 가치는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섭니다. 채혈 공포 때문에 혈당 측정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어린이 당뇨병 환자나 노인 환자의 경우 반복적인 채혈이 큰 심리적 부담이 됩니다. 비침습 측정이 가능해지면 측정 빈도를 늘릴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정밀한 혈당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오는 9월에는 UCLA와 서울대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파일럿 임상 연구논문이 연세대학교에서 열리는 아시아침샘연구학회 제1회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될 예정입니다. 발표자는 이 분야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웡 UCLA 박사입니다. 국제 학계의 검증을 받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물론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타액 기반 측정은 기존 채혈 방식과 측정 원리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정확도와 재현성을 충분히 입증해야 합니다. 식사, 수분 섭취, 구강 상태 등 여러 변수가 측정값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이런 부분들이 철저히 검증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상 결과는 향후 식약처 허가 심사에서 핵심적인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됩니다. 각 병원의 생명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피험자 모집이 진행될 예정이며, 안정적이고 신속한 임상 진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로서 일상에서 가장 번거롭고 고통스러운 부분이 바로 혈당 측정입니다. 만약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전 세계 수억 명의 당뇨병 환자들이 매일 겪는 불편함과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정식 허가까지는 아직 여러 단계가 남아 있지만, 비침습 혈당 측정이라는 오랜 숙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