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사이클 문법 바뀌었다”…AI 수요가 바꾼 반도체 업황 지형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급등세가 그룹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며 SK그룹이 2000조원 시총 클럽에 새롭게 진입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공지능과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계열사 전체 시가총액 합계가 20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이 주도한 결과로, 그룹 전체 시총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과의 시총 격차는 533조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를 둘러싼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 관측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주주환원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회사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시장 ADR(주식예탁증서) 상장 추진이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DR 상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 주식을 자국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외국인 자금의 귀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생산 설비 확장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제주반도체는 LPDDR5 제품을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모바일 기기용 저전력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확산과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증가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전통적인 사이클 패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공급과잉과 가격 급락이 반복되는 ‘절벽형’ 하락 사이클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수요 덕분에 ‘완만한 내리막’ 형태로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의 대중화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업황 사이클의 변동성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SK하이닉스와 같은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에게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제공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단기 현상이 아닌 중장기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글로벌 차원에서 확대되고 있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