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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해 저녁 시간대 운동에 나서는 시민들이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열대야가 계속되는 요즘 야간 운동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온열질환 환자 중 15%가량이 밤 시간대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저녁 6시께 달리기를 시작한 30대 직장인 권형준 씨는 “건강하려고 뛰는 건데 오히려 건강을 잃을 것 같아 중간에 포기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녁 운동 후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40분간 달린 후 얼굴과 목 주변 온도가 38도까지 치솟았다. 저녁 8시가 넘어도 기온은 30도 가까이 유지됐고, 높은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는 더욱 높았다.
문제는 열대야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은 일주일 넘게 밤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강릉은 밤에도 기온이 30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기상 조건에서는 밤 운동이라도 체온조절 기능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실제 통계를 보면 20~30대 젊은 층도 온열질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체 온열질환자 4명 중 1명이 이 연령대에 해당한다. 젊고 건강하다는 자신감이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수정 교수는 “외부 기온이 27도 이상이거나 습도가 70% 이상인 폭염주의보 상황에서는 밤 시간대 야외 러닝도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열질환은 높은 기온과 습도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체온조절 기능이 무너지면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감, 어지러움, 근육 경련 등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열탈진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내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져 발생하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체온조절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는 열사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열사병 단계에서는 의식이 흐려지고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의 폭염 건강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체감온도 38도의 폭염 중대경보 수준에서는 건강한 사람도 야외 활동 중 중증 온열질환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올해 기상청이 처음으로 최상위 폭염 경고 단계인 폭염 중대경보를 도입한 것도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열대야에는 과격한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만약 야간에 운동을 해야 한다면 시작 전부터 물을 충분히 마시고, 운동 중에도 일정 간격으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갑자기 땀이 나지 않는다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체온을 낮춰야 한다.
제천시보건소를 비롯한 전국 보건소들은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만성질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방문건강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방문간호사가 직접 가정을 찾아가 폭염 대비 건강수칙과 온열질환 발생 시 대처요령을 안내하고, 혈압과 혈당 측정 등 기초 건강상태도 확인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매년 여름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폭염이 반복되면서 온열질환은 더 이상 특정 시간대나 연령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밤이라고 안심하지 말고, 젊다고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