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역사·청사 상공에 드론 무력화부대 배치…독일이 ‘사이버 돔’까지 구축하는 이유

독일이 지난달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생한 러시아발 드론 공작 사건 이후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방어 체계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외교적 항의 단계를 넘어 핵심 인프라 보호를 위한 물리적·사이버 방어 역량 강화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독일 내무부는 주요 도시의 공항과 기차역, 정부청사 등 핵심 인프라 상공 방어를 위해 드론 무력화 작전부대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부대는 불법 드론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전자기파 또는 물리적 수단을 통해 무력화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라이프치히 공항 사건에서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이 우크라이나 수송기와 DHL 화물기를 타격한 점을 고려하면, 상공 방어망 구축은 물류 거점과 군수 지원 경로 보호를 위한 필수 조치로 평가된다.

물리적 방어와 함께 사이버 공격 대응 체계도 전면 재편된다. 독일 정부는 공공기관과 기업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 탐지·차단 체계인 ‘사이버 돔’ 구축을 추진한다. 이 시스템은 네트워크 침입 시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갖추며, 주요 인프라의 사이버 방어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술이 단순한 사이버 공격을 넘어 물리적 공작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독일 외무장관 요한 바데풀은 라이프치히 사건에서 사용된 드론 설계와 부품, 폭발물, 기폭 체계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타 작전에서 사용한 방식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드론 3대와 폭발물, 조종용 안테나 및 전자부품이 추가로 수거됐으며, 독일 당국은 2024년 해당 공항 물류업체에서 발생한 택배 화재 사건에도 러시아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독일의 방어 체계 강화는 나토의 군수 물류 중심지로서의 역할과도 연결된다.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 지원 물자가 모이는 핵심 거점으로 기능해 왔다. 이번 드론 공격이 이 공항을 겨냥한 점은 러시아가 나토의 군수 지원 경로를 교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 정부는 이에 대응해 물류 거점의 보안 수준을 대폭 강화하고,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예방 체계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토 사무총장 마르크 뤼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일이 제시한 증거가 명확하다고 평가하며, 나토가 회원국 방어 역량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맹의 단결과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흔들려는 러시아 시도가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독일의 방어 체계 강화가 단순히 한 국가의 안보 조치를 넘어 나토 전체의 대응 역량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독일의 이번 조치는 하이브리드 위협이 유럽 안보 구조에서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적 항의와 제재만으로는 대응이 불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실질적 방어 역량 구축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독일의 ‘사이버 돔’과 드론 무력화부대 배치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하이브리드 공작에 대한 서방의 대응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