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에게 서운한 마음이 생기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때로는 몇 달이 지나도 그 감정이 가슴 한편에 남아 불쑥불쑥 떠오르지요. 같은 일을 겪고도 어떤 사람은 금방 털어내는데, 어떤 사람은 오래도록 그 서운함을 품고 삽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107세를 맞은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을 관찰하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욕심이 없고 남을 욕하지 않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 말 속에는 서운함을 오래 품고 사는 사람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의 통찰에 비추어 보면, 서운함을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된 모습이 있습니다.
3위 – 상대의 잘못을 계속 되새기는 사람
서운함이 오래 가는 사람은 상대가 한 말이나 행동을 반복해서 떠올립니다. “그때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어”, “이런 식으로 나를 대했어”라며 그 장면을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재생하지요. 되새길수록 감정은 더 선명해지고, 서운함은 점점 커집니다.
김형석 교수가 말한 ‘남을 욕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음속에서조차 상대의 잘못을 곱씹지 않는다는 의미이지요. 상대의 행동을 반복해서 되새기는 것 자체가 마음속으로 남을 욕하는 행위입니다. 그 기억을 붙들고 있는 한, 서운함은 결코 옅어지지 않습니다.
2위 – 받은 만큼 돌려받길 기대하는 사람
서운함이 오래 남는 사람은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내가 저 사람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 정도면 당연히 나도 그만큼 대접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자리하지요. 그래서 예상보다 적게 돌아오면 금방 서운해집니다.
김형석 교수가 강조한 ‘욕심이 없다’는 말은 바로 이런 기대를 내려놓는 것을 뜻합니다. 관계에서 주고받음의 균형을 맞추려는 욕심, 내가 준 만큼 돌려받으려는 욕심이 서운함의 씨앗이 되지요. 베풀 때 아무런 기대 없이 베풀었다면, 상대의 반응이 어떻든 서운할 이유가 없습니다. 욕심이 없으면 서운함도 생길 자리가 없습니다.
1위 – 상대를 바꾸려는 사람
서운함을 가장 오래 품고 사는 사람은 상대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저 사람이 좀 더 세심했으면”,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계속 품고 있지요. 그러나 상대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그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격이 서운함으로 쌓입니다.
상대를 바꾸려는 마음 역시 일종의 욕심입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대가 행동해주길 바라는 것, 내 기준에 맞춰 상대가 달라지길 원하는 것이지요. 김형석 교수의 말대로 욕심이 없는 사람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바꾸려 하지 않으니 실망할 일도, 서운할 일도 줄어듭니다. 상대가 아니라 내 기대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서운함도 함께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지금 마음속에 품고 있는 서운함을 한 가지만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 감정 뒤에 숨어 있는 나의 욕심이나 기대가 무엇인지 조용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종이에 한 문장으로 적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나는 상대가 이렇게 해주길 바랐구나” 하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서운함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