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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청소년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는 아이들을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최근 발표된 장기 추적조사 결과는 이런 임상 현장의 우려를 명확한 수치로 보여줍니다.
질병관리청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같은 청소년 집단을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아이들의 건강 지표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급속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학생 3,756명을 고등학교 3학년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한 것으로, 같은 아이들의 변화를 직접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흡연 경험률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0.35%에 불과하던 담배 사용 경험률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11.93%로 무려 34배나 증가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최근 한 달 내 실제로 담배를 피운 학생 비율이 5.3%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는 중복 흡연 비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고3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자 중 단독 사용은 22.8%에 불과하고, 일반 담배와 함께 피우는 경우가 40%, 심지어 세 가지 형태를 모두 사용하는 삼중 흡연자가 35.8%에 달했습니다.
음주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모금이라도 술을 마셔본 경험은 초6 때 36.4%에서 고3이 되면 68.4%로 거의 두 배 증가했습니다. 잔으로 마신 경험은 7.5%에서 43.2%로, 현재 음주율은 0.7%에서 11.2%로 뛰어올랐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점은 고3으로 진급하는 시기에 처음 술을 접하는 청소년이 가장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 시기 신규 음주 발생률이 18.1%로 정점을 찍었는데, 성인이 되기 직전 술에 대한 호기심이나 사회적 압력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식생활 패턴도 학년이 오를수록 급격히 무너집니다. 주 5일 이상 아침을 거르는 학생 비율이 초6 때 17.9%에서 고3 때 32.8%로 증가했고, 과일 섭취율은 35.4%에서 16.3%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하루 3회 이상 채소를 먹는 비율은 18.0%에서 5.6%로, 우유나 유제품 섭취율은 45.7%에서 16.8%로 급감했습니다. 반대로 단맛 나는 음료를 주 3회 이상 마시는 비율은 50.9%에서 61.0%로 늘어났습니다.
신체 활동은 어떨까요. 주 3일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하는 학생 비율이 초6 때 52.4%에서 고3 때 32.1%로 20%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반면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은 고2 때 35.0%, 고3 때 32.3%로 나타났으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과의존 경향이 높았습니다.
의사로서 이 결과를 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런 나쁜 습관들이 청소년기에 고착화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흡연과 음주는 한 번 시작하면 중독성 때문에 끊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불규칙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은 비만,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명확합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시기에 특히 세심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학업 스트레스가 커지는 시기지만, 건강관리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아침 식사를 함께하려는 노력, 주말에라도 함께 운동하는 시간, 아이의 친구 관계와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흡연이나 음주에 대해서는 단호하되 대화가 가능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혼내기보다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건강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