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0% 급락한 날, 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가 지목한 하락 원인은

7월 28일 코스피 지수가 10%를 넘게 하락하며 금융위기급 폭락장을 기록한 가운데,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아시아 증시 급락 배경을 분석하고 나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이날 반도체 중심의 한국 증시 급락을 집중 조명하며 구체적인 하락 요인을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공지능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아시아 증시가 하락했으며, 한국의 코스피가 하락세를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7일 2.2% 하락한 것이 아시아 전역의 반도체 및 기술주 매도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8일 코스피는 10% 이상 급락했으며,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4%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외신들이 특히 주목한 것은 중국 국영기업의 심자외선 노광장비 양산 착수 소식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조사기관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 국영기업이 심자외선 노광장비 양산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반도체 부문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27일 상하이 소재 중국 국영기업의 액침 심자외선 노광장비 생산 시작 소식을 보도한 직후, 세계 최대 노광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 ASML의 주가가 8.4% 급락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에 초점을 맞췄다. 이 매체는 “인공지능 관련 주식 매도세가 심화되면서 투자자들이 반도체 제조업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 하락 상황을 상세히 다뤘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주식예탁증서인 ADR 주가가 27일 뉴욕증시에서 7% 이상 하락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통해 “SK하이닉스 주가가 올해 너무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이러한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조정이 마무리됐다고 판단되면 글로벌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함께 전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주가는 2026년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밸류에이션 부담을 안고 있던 상황이었다.

KB증권 임정은·태윤선 애널리스트는 “전쟁 장기화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유가 상승 및 인플레이션 위험을 자극하며 국내외 증시 전반에 타격을 줬다”며 “국내 증시는 최근 주가 급등 피로감까지 겹치며 미국 증시에 비해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급락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화 진전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구체화된 사례로 평가된다. 심자외선 노광장비는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장비로, 그동안 서방 국가들의 기술 독점 영역으로 여겨졌다. 중국 기업의 이 분야 진입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