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보다 10% 비싼 ADR을 왜 사들일까? 개미들의 미국 몰빵이 남긴 투자 리스크 신호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7월 한 달간 4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 원 규모의 미국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는 동안 자금 이탈이 아닌 ‘시장 전환’이 진행된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투자 패턴이 과거 버블 국면에서 반복됐던 비합리적 행태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예탁결제원 데이터를 인용한 CNBC 보도에 따르면, 7월 한국 투자자가 매수한 미국 주식 중 약 8억 4천만 달러가 SK하이닉스 ADR에 집중됐다. 이는 전체 순매수액의 약 19%에 해당하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증권 2위에 오른 종목이다. 주목할 점은 SK하이닉스 본주를 국내 시장에서 직접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ADR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SK하이닉스 ADR은 본주 대비 약 10%의 프리미엄을 형성하며 거래됐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같은 기업의 주식을 10% 더 비싼 가격에 사는 셈이다.

아카디안 자산운용의 오언 라몽 부사장은 이를 두고 “합리적 이유가 전혀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닷컴 버블 당시 대만과 인도 기업에서 나타났던 현상과 유사한 전형적인 시장 거품 증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기술주 광풍이 불던 시기, 특정 기업의 해외 상장 주식이 본국 주가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받으며 거래되다가 버블 붕괴와 함께 급락한 사례가 있었다.

레버리지 상품 선호 현상도 지속됐다. 7월 순매수 상위 10개 미국 주식 중 4개가 레버리지 ETF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순매수가 몰린 상품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일일 변동 폭을 3배 추종하는 SOXL이었다. 나스닥 100 지수를 3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TQQQ와 2배 레버리지의 QLD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레이리안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리서치 헤드는 “투자자들이 거래 시장을 바꿨을 뿐 투자 대상이나 베팅 전략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였던 AI 하드웨어 테마를 미국 시장에서 그대로 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거래 창구만 옮겼음을 의미한다.

투자 관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 가지 시그널을 제공한다. 첫째, 국내 개인투자자의 위험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코스피가 조정을 받는 동안에도 레버리지 익스포저를 줄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변동성이 더 큰 미국 레버리지 ETF로 자금을 이동시켰다. 둘째,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리성보다 모멘텀 추종 심리가 우선하고 있다는 점이다. ADR 프리미엄이라는 명백한 가격 왜곡 신호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이어진 것은 가격 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몽 부사장은 “한국과 홍콩, 미국 전역에 걸친 레버리지 ETF의 확산이 시장의 흔들림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이 상승할 때 수익을 증폭시키지만, 하락 시에는 손실도 배가된다. 더욱이 이러한 상품들이 일정 비율 이상 손실을 보면 강제 청산되면서 추가 매도 압력을 유발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런 패턴은 종종 조정의 전조로 나타났다. 2021년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와 레버리지 ETF에 대거 몰렸던 시기, 이후 나스닥은 2022년 약 33% 조정을 받았다.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과 비합리적 프리미엄 지급은 시장이 과열 구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투자자가 점검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같은 자산을 더 비싼 가격에 사고 있지는 않은지, 레버리지 익스포저가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그리고 시장 전환이 리스크 분산이 아닌 단순한 장소 이동에 그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장은 종종 가장 낙관적일 때 가장 위험하다는 오래된 격언을 상기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