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내 증권시장이 미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96% 하락한 6,528.77에 개장한 뒤 낙폭을 더욱 키우며 장중 한때 6,400선까지 밀려났다. 하락폭이 6%대로 확대되자 개장 6분 만에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번 급락의 직접적 배경은 전날 밤 미국 국채시장에서 발생한 금리 상승이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3%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물 금리 역시 한때 4.74%까지 치솟았다. 장기금리 급등은 즉각 기술주와 반도체주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은 약 7% 급락했고, 엔비디아도 2% 이상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면서 삼성전자는 6%대, SK하이닉스는 8%대 급락했다. 두 종목의 하락이 지수 전체를 끌어내리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89% 내린 채 출발했으나, 이후 낙폭을 일부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 상승이 기술주에 특히 부담스러운 이유는 밸류에이션 구조에 있다. 미래 수익 기대가 현재 주가에 크게 반영된 성장주의 경우, 할인율 역할을 하는 장기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하락한다. 키움증권의 한지영 연구원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 반도체주의 급락이 초래된 것은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높게 반영된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세는 단순히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도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하면서 장기채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S&P Global 집계에 따르면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등 빅테크 기업의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액은 2,25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외환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날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08원대에서 거래되며 전 거래일보다 상승했다. 달러 강세와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5% 이상 하락한 상태로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되는 매도 사이드카는 올해 들어 25회째 작동됐다. 급격한 하락세를 일시 제어하기 위한 안전장치이지만, 발동 빈도가 잦아진 것은 그만큼 시장 변동성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전날 국내 증시가 이미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은 만큼 금리 상승 부담이 일부 선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장중 낙폭을 만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미국 장기금리의 추가 상승 여부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