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주 2회만 먹어도 치매 위험 20% 낮아진다?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보조제나 고가의 건강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최근 연구 결과들은 냉장고에 흔히 있는 달걀이 치매 예방에 상당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일주일에 단 두 번 달걀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로마린다대학교 연구진은 약 4만 명의 성인을 15년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달걀 섭취 빈도와 치매 발생률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한 달에 1~2회 달걀을 먹는 사람은 전혀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17% 감소했으며, 주 2~4회 섭취 시 20%, 주 5회 이상 섭취하는 경우 최대 27%까지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효과의 핵심은 달걀에 풍부하게 함유된 콜린과 비타민 B12다. 콜린은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합성하는 데 필수적인 전구체 역할을 한다. 핀란드 이스턴대학교 연구진이 중년 남성 2497명을 평균 22년 동안 추적한 연구에서도, 달걀과 육류를 통해 포스파티딜콜린 등 콜린 계열 성분을 충분히 섭취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치매 발생률이 28% 낮았다.

달걀 외에도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녹차에 함유된 EGCG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신경세포 손상을 억제하며, L-테아닌과 카페인의 시너지 효과로 주의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2022년 발표된 코호트 연구에서는 녹차를 규칙적으로 마신 그룹에서 우울 증상 완화와 인지 기능 유지 효과가 관찰됐다.

카카오 함량 70% 이상의 다크초콜릿도 주목할 만하다. 카카오에 풍부한 플라바놀 성분은 뇌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2024년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카카오 폴리페놀이 풍부한 다크초콜릿 섭취 후 복잡한 인지 과제 수행 시 정확도가 유지되고 뇌 활성화 효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황의 주성분인 커큐민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뇌 조직에 직접 작용하는 특성이 있다. 2018년 미국 노인 정신의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경도 인지 장애가 있는 50~90세 성인에게 커큐민 90mg을 하루 2회, 18개월간 투여한 결과 대조군 대비 기억력이 약 28% 향상됐다. 또한 뇌 PET 스캔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인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질 축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커큐민은 단독 섭취 시 체내 흡수율이 낮아 흑후추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최근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 공동 연구팀이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한 연구는 더욱 희망적인 결과를 제시한다. 치매가 없는 60세 이상 1865명을 장기 추적한 결과, 염증 유발 가능성이 낮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한 사람들은 이미 알츠하이머병 관련 뇌 변화나 신경세포 손상이 진행된 고위험군에서도 치매 발병 위험이 20~30%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해식 식단으로 대표되는 건강한 식단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 생선, 올리브오일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반면 피해야 할 음식도 명확하다. 미국공중보건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핫도그·쿠키·감자칩 같은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가장 적게 먹은 사람들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58% 높았고, 인지기능 저하 위험도 46%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치매 초기 증상이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치매학회 박기형 이사장은 전두측두 치매 환자들에서 기억력 저하보다 식습관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갑자기 단 음식만 찾거나, 이전에 먹지 않던 특정 음식에 집착하거나, 과식하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을 위해 가공식품 섭취를 최소화하고, 달걀·녹차·다크초콜릿·강황 등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규칙적으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특히 달걀처럼 접근성이 높고 경제적인 식품으로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식단 관리가 뇌 건강의 핵심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