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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에서 발생한 가정 폭력 관련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부부 관계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면적으로 평온해 보이는 관계 이면에 숨겨진 위험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화 사건은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50대 여성 A씨는 아파트 CCTV 고장 문제를 상담하러 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가 방화 사건에 휘말려 전신 화상을 입고 사망했다. 20년 넘게 부부싸움 한 번 없이 살아왔다는 남편 B씨는 “살려달라”는 아내의 마지막 외침을 목격하고도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이웃들에 따르면 A씨는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6년 전 입주 후 빠르게 이웃들과 친분을 쌓았으며, 모두가 그녀를 좋아했다고 증언했다. 사건 당일 아침 남편과 함께 식사하기로 했던 A씨는 관리사무소에 들른 후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걱정된 남편이 찾아갔을 때는 이미 폭발 직후였다.
미국에서는 남편의 범죄 혐의를 공개적으로 폭로한 여성 인플루언서가 법원의 접근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클라호마주에 거주하던 틱톡 인플루언서 사라 길슨은 별거 중이던 남편 제러마이아 더피에게 총격을 당해 숨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 더피가 자신이 코치로 있던 유소년 농구팀 소속 15세 선수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신고였다. 다른 코치가 초등학교 행사 도중 이를 목격하고 즉시 제지한 후 학부모에게 알렸으며, 경찰 조사 결과 유사한 행동이 장기간 반복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다음 날 길슨에게 남편의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를 알렸고, 길슨은 즉시 법원에 긴급 보호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더피에게 길슨과 그녀의 집으로부터 100야드 이상 떨어져 있을 것을 명령했다. 길슨은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곧 전 남편이 될 사람이 소아성애자였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시했다.
하지만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진 지 한 달여 만에 비극이 발생했다. 지난 24일 밤 길슨의 집에서 총성이 울렸고, 이웃집으로 대피한 길슨의 아들이 911에 “계부가 엄마를 쐈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길슨과 더피 모두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더피가 길슨을 살해한 후 자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장기간 지속된 가정 내 괴롭힘 사례가 보고됐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결혼 21년 차 여성은 시어머니와 시누이로부터 수십 년간 학대를 받아왔다고 폭로했다. 남편 앞에서는 다정했던 시어머니가 남편이 없을 때는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았으며, 음식에 머리카락을 일부러 넣는 등의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출산 후 모유 수유 중 남편을 부르자 시어머니가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고, 시누이는 이를 조롱했다고 한다.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심각한 우울증을 겪게 된 이 여성은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으나, 남편은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아내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가정 폭력이 반드시 신체적 폭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정서적 학대, 경제적 통제,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존재하며, 이러한 행위들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피해자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여성 4명 중 1명이 평생 동안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심각한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다. 국내에서도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부부 폭력 경험률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실제 신고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법적 보호명령이 발급되더라도 실제 집행과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가정 폭력 가해자의 경우 재범 위험성이 높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정 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주변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웃이나 친구, 동료가 도움을 요청할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필요시 전문 기관과 연결해주는 것이 피해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즉시 112에 신고하고,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 24시간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