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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하는 분들 사이에서 “식사할 때 물을 많이 마시면 배가 불러서 적게 먹게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도 체중 조절을 고민하는 환자분들이 이 방법을 실천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우리의 이런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 코넬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성인 86명의 식사 행동을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37세였고, 이 중 44%가 과체중 또는 비만에 해당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점심 식사와 물 450g을 제공한 뒤, 식사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물을 마신 횟수, 한 번에 마신 양, 음식과 물을 번갈아 먹은 빈도 등을 꼼꼼하게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식사 중 물을 더 많이 마신 사람일수록 음식 섭취량도 함께 증가했던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물을 100g 추가로 마실 때마다 음식 섭취량은 39g씩 늘어났고, 섭취 열량도 49kcal 증가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음식 한 입을 먹고 물 한 모금을 마시는 패턴을 반복할 때마다 음식 섭취량이 4.4g, 열량은 5.8kcal씩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연구를 주도한 페이지 커닝햄 교수는 물이 위를 채워 포만감을 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물이 위장에서 매우 빠르게 배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위에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에 포만감도 금세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음식과 물을 자주 번갈아 섭취하면 입안의 맛 자극이 희석되면서 음식을 더 오래, 더 많이 먹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의사의 입장에서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를 정리해드리자면, 식사 중 물 섭취가 반드시 식사량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물이 음식을 삼키기 쉽게 만들고 입안의 자극을 줄여주면서 오히려 식사를 더 편하게, 더 오래 지속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실험은 통제된 환경에서 두 가지 음식만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식사 도중’ 물 섭취만을 다뤘다는 점입니다. 식사 전에 미리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경우에는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식전 물 섭취는 어느 정도 포만감을 줄 수 있다는 다른 연구들도 있습니다.
체중 조절을 위해 제가 환자분들께 권하는 것은 단순히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입니다. 식사 시간을 최소 20분 이상 유지하면 뇌가 포만감을 느낄 시간적 여유가 생깁니다. 물은 식사 중보다는 식전 30분이나 식후에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건강한 식습관은 어느 한 가지 방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식단과 적절한 식사 속도, 규칙적인 운동이 조화를 이룰 때 완성됩니다. 물은 분명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마시는 타이밍과 방법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