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대신 빙수 먹으면 혈당 폭탄”…폭염 속 당뇨병 환자가 꼭 알아야 할 수분 관리법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여름철에 유독 혈당 관리가 어렵다는 호소를 자주 듣습니다. 특히 올해처럼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는 시기에는 평소 잘 조절되던 혈당이 갑자기 요동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전문가들이 폭염이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당뇨병을 새롭게 유발하거나 기존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배경입니다.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이혜진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물론 당뇨병 전단계에 있는 사람들도 폭염 속에서 혈당 관리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1400만 명이 당뇨병 전단계로 추정되는데, 무더운 여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당뇨병 환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폭염이 혈당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여러 가지입니다. 가장 먼저,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탈수 상태가 됩니다. 탈수는 혈액을 농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혈당을 상승시킵니다. 여기에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원한 음료나 빙수, 과일 등을 자주 찾게 되면서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탈수 상태에서 단맛이 강한 음식을 섭취했을 때입니다. 빙수,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과일주스에는 당 사슬이 짧은 ‘단순당’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혀에서 느껴지는 맛이 달수록 당분이 체내에 빠르게 흡수됩니다. 보리밥 같은 복합당은 당이 혈액에 흡수되기까지 30분에서 1시간이 걸리지만, 달콤한 음료는 섭취 직후 즉시 혈당을 치솟게 만듭니다.

이렇게 혈당이 급상승하면 우리 몸은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대량 분비합니다. 그 결과 혈당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배고픔과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다시 무언가를 먹고 싶어집니다. 이처럼 혈당이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현상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췌장 기능을 떨어뜨리고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입니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이유정 교수는 특히 식사 직후 디저트로 단맛이 강한 음식을 먹는 습관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식사만으로도 이미 혈당이 올라간 상태에서 팥빙수나 케이크 같은 고당도 식품을 추가로 섭취하면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현재 혈당에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더운 날씨에 빙수와 음료를 자주 즐기다 보면 당 조절 능력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은 서로 연결된 대사질환으로, 한 가지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질환들도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폭염 속에서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수분 섭취입니다. 단, 갈증이 날 때 단 음료가 아닌 맹물이나 보리차 같은 무가당 음료를 선택해야 합니다. 시원한 것이 먹고 싶다면 얼음물에 레몬이나 오이를 넣어 풍미를 더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또한 과일을 섭취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수박이나 참외는 수분이 많아 여름철 간식으로 좋지만,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역시 혈당이 급상승할 수 있습니다. 적정량을 천천히 먹고, 가능하면 식사 사이보다는 식후에 소량 섭취하는 것이 혈당 변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무더운 날씨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당뇨병 환자나 전단계에 있는 분들은 이번 여름을 계기로 수분 섭취와 간식 선택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작은 습관의 변화가 장기적인 혈당 관리와 건강 유지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