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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3일 오후 2시 28분, 코스피는 갑작스럽게 1.88% 하락한 6439포인트까지 빠졌다. 불과 30분 전만 해도 1.26% 오른 6645선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되던 지수가 순식간에 3%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이다. 같은 시각 일본 닛케이225지수, 대만 가권지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비슷한 낙폭을 기록했다가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코스피는 이날 0.58% 하락한 6954.52로 장을 마감했지만, 장중 변동성은 통상 수준을 크게 벗어났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아시아 증시의 동시다발적 출렁임이 2024년 8월 블랙 먼데이를 떠올리게 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 투자자들이 빌린 엔화를 회수하기 위해 다른 자산을 매도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충격을 준다. 2024년 8월 5일 코스피가 8.77% 폭락했던 당시에도 엔 캐리 청산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우려의 시작점은 일본 국채 금리 급등이었다. 9월 2일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가 한때 연 3%를 돌파하면서 1996년 9월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은행(BOJ)이 2024년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했을 때 극심한 시장 혼란이 발생했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원인으로 지목됐다”며 과거 사례를 상기시켰다. 이번에도 국채 금리 상승이 엔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순간적으로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9월 3일 오후 장중에는 실제로 엔화 강세 신호가 나타났다. 달러·엔 환율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일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160엔대에서 158.8엔까지 단기 급락했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과 연속으로 만나 금리 인상과 안정적 엔화 관리를 주문한 사실이 알려진 점도 엔화 강세 기대를 키웠다.
다만 증권가 대부분은 실제 엔 캐리 청산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전히 일본의 정책금리가 미국 등 다른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는 4.75~5.00% 수준인 반면 일본은 0.25%에 불과해 금리 격차가 4%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다. 이 정도 금리 차이가 유지되는 한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도 엔화 가치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추진 중인 ‘다카이치노믹스’는 대규모 재정 지출을 골자로 하는데, 이는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엔화 약세 압력을 가한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2026 회계연도에 역대 최대 규모의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는 엔화 강세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9월 3일 장중 급락은 결국 투자 심리의 일시적 위축으로 마무리됐다. 코스피는 개인이 3조211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014억원, 8886억원을 순매수하며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전날 4.61% 급등한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엔 캐리 우려와 겹치면서 변동성이 일시 확대됐지만, 실제 청산으로 이어질 만한 구조적 조건은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다만 일본 국채 금리 추이와 엔화 환율 변동은 향후에도 아시아 증시의 주요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