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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사랑한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정당화합니다. “너를 위해서”라는 말로 시작하는 간섭,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라는 말로 끝나는 통제,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라는 말로 포장하는 강요. 그렇게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옭아매고, 정작 그 마음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예스24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성숙한 사랑이 자녀를 멍들게 한다.” 자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이 통찰은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에 적용됩니다.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사랑의 성숙도가 관계를 결정한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오은영 박사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사랑을 미성숙하게 만들고 결국 관계를 망치는 태도는 무엇일까요?
3위 – 조건을 다는 것
“내 말을 들으면 사랑해 주겠다”는 태도는 사랑을 거래로 만듭니다. 직접 이렇게 말하지는 않더라도, 상대가 내 기대를 충족할 때만 따뜻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냉담해지는 모습으로 나타나지요. 배우자가 내 의견에 동조할 때는 다정하다가도, 다른 생각을 내비치면 표정이 굳어지는 식입니다.
이런 조건부 사랑은 상대를 끊임없이 긴장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 “저렇게 하면 미움받지 않을까” 눈치를 보게 되지요. 그 관계 안에서 상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진 버전의 자신으로만 존재하게 됩니다. 진짜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향합니다.
2위 – 내 불안을 떠넘기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걱정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걱정이 과도해져서 상대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려 든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내 불안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것입니다. “늦게 들어오면 안 돼”, “그 사람은 만나지 마”, “그 일은 위험하니까 하지 마” 같은 말들이 쌓이면, 상대는 점점 숨 막혀 합니다.
미성숙한 사랑은 내 감정을 내가 책임지지 못하고 상대에게 그 짐을 지웁니다. 내가 불안하니까 상대가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다릅니다. 내 불안은 내가 다스리되, 상대에게는 믿음과 응원을 보냅니다. “조심해서 다녀와”와 “늦게 오면 안 돼”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자는 상대를 신뢰하고 후자는 통제하려는 것이지요.
1위 – 내 방식만 옳다고 우기는 것
사랑을 망치는 가장 큰 태도는 “내가 너를 위하는 거야”라는 확신 속에서 내 방식만 강요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묻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요. “내가 다 겪어봐서 아는데”, “내 말대로 하면 틀림없어” 같은 말로 포장하지만, 결국 상대의 선택권을 빼앗는 겁니다.
오은영 박사의 통찰처럼, 이런 미성숙함은 상대를 멍들게 합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보다 억압받고 있다는 감정이 커지지요. 상대는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가고, 관계는 일방통행이 됩니다. 진짜 사랑은 내 방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방식을 존중하면서 함께 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 해”가 아니라 “넌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물을 수 있을 때, 사랑은 비로소 성숙해집니다.
오늘 저녁,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십시오. “요즘 내가 널 힘들게 하는 건 없어?” 그리고 상대의 대답을 끝까지 들어주십시오. 변명하거나 설명하려 들지 말고요. 그 짧은 질문과 경청이 미성숙한 사랑을 성숙한 사랑으로 바꾸는 첫걸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