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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고 나면 그 뒤가 더 힘들다. 누가 먼저 말을 걸 것인가, 어떤 표정으로 마주 앉을 것인가, 언제쯤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싸움의 골은 깊지 않았는데도 그 다음이 어색해서 관계는 더 멀어진다. 상처를 덧칠하지 않고 다시 가까워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소통 전문가이자 강연가인 김창옥은 “부부에게는 사랑보다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는 갈등 뒤 벌어진 틈을 메우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해는 상대를 내 방식으로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다. 그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부부싸움 뒤 관계를 회복하는 데 꼭 필요한 세 가지를 정리할 수 있다.
3위 – 상대의 말투가 아닌 마음을 읽는다
싸움 뒤 상대가 건네는 말은 투박하거나 서먹할 수 있다. “밥 먹어” 같은 짧은 한마디가 전부일 때도 있다. 이때 말투나 표정만 보면 여전히 화가 난 것처럼 느껴져서 다시 마음이 닫힌다. 그러나 그 말 뒤에는 “화해하고 싶다” “다시 가까워지고 싶다”는 신호가 숨어 있다.
이해는 겉으로 드러난 태도가 아니라 그 안의 의도를 읽는 일이다. 상대가 서툴게라도 먼저 말을 걸었다면 그것은 관계를 회복하려는 용기다. 말의 형식이 아니라 그 마음을 알아차릴 때 대화는 다시 시작된다.
2위 – 내 감정보다 상대의 입장을 먼저 떠올린다
싸움 후에는 내가 느낀 억울함과 상처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내가 받은 상처만 곱씹는다. 그러면 상대의 작은 행동도 공격처럼 보이고 관계는 더 경직된다.
이해는 내 감정을 뒤로 미루고 상대의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훈련이다. 상대도 나만큼 힘들었을 수 있고, 그 말 뒤에는 나름의 이유와 고민이 있었을 수 있다. 그 입장을 먼저 떠올릴 때 감정의 매듭은 풀리기 시작한다. 이해가 사랑보다 앞서는 순간이다.
1위 – 완벽한 사과를 기다리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가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화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심 어린 말투, 적절한 타이밍, 구체적인 반성까지 모두 갖춘 사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런 완벽한 순간은 오지 않는다. 상대도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고, 어색하고, 자존심이 상해 있다.
이해는 상대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힘이다. 서투른 사과라도, 말은 없지만 행동으로 보이는 미안함이라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완벽을 기다리는 동안 관계는 더 멀어진다. 상대가 내민 어설픈 손을 먼저 잡는 사람이 관계를 살린다.
오늘 저녁, 아직 풀리지 않은 갈등이 있다면 상대가 오늘 하루 한 말이나 행동 중 하나를 떠올려 보라. 그 안에 숨은 화해의 신호를 찾아내고, 짧게라도 답을 해보라. “나도 그래” 한마디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