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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자산을 이야기할 때 ‘내가 일궈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얼마나 절약하며 살았는지를 떠올리지요. 그래서 자산이 늘었을 때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고, 줄었을 때는 자책합니다. 하지만 삶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면, 우리가 쌓아올렸다고 믿었던 것들의 실체가 달리 보일 때가 있습니다.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문학평론가이자 사상가로서 한국 지성계를 이끌었던 분입니다. 그는 2019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고.” 평생 치열하게 사유하고 글을 쓰며 업적을 쌓아온 분의 입에서 나온 이 고백은, 자산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근본부터 다시 묻게 합니다. 그의 통찰에 비추어 볼 때, 자산을 키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3위 – 만난 사람들
자산을 키우는 데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우리 곁에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직장 상사가 기회를 주었고, 동료가 정보를 나눠주었으며, 가족이 뒷바라지를 해주었습니다. 심지어 경쟁자조차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지요.
우리는 좋은 거래처를 만나 사업이 커졌고, 훌륭한 멘토를 만나 투자 안목이 생겼습니다. 때로는 우연히 만난 누군가의 한마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지요. 이 모든 만남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선물이었습니다. 자산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사람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본이 깔려 있습니다.
2위 – 주어진 시간과 건강
두 번째로 돌아봐야 할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건강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하고, 일할 수 있는 몸을 가진 것 자체가 선물입니다. 누군가는 그 시간을 갖지 못했고, 누군가는 그 기회를 얻기 전에 건강을 잃었지요.
우리가 자산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복리의 마법도, 경력의 축적도, 인맥의 확장도 모두 시간이라는 자원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춘 것, 이것은 우리가 벌어들인 게 아니라 주어진 것입니다. 병상에 누워본 사람은 압니다. 가장 큰 자산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오늘이라는 것을요.
1위 – 태어난 시대와 장소
자산을 키운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시대와 장소입니다. 전쟁이 끝난 뒤 한국에 태어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경험했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성장하는 시기를 살았습니다. 이것은 노력이 아니라 운이었습니다.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어느 나라에서, 어느 시대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자산 형성의 가능성은 천차만별입니다. 우리가 누린 교육 기회, 금융 시스템, 법적 보호, 사회 안정망은 모두 이전 세대가 물려준 선물이지요. 지금 우리 통장에 찍힌 숫자는, 우리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조건이 만들어낸 합작품입니다.
이어령의 고백처럼, 우리가 이룬 것들을 선물로 바라보는 순간 삶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 앉아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어떨까요.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누구 덕분이었을까?” 이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자산의 진짜 의미는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선명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