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스크 실적 호조에도 주가 12% 급락한 이유…매출총이익률 84.6%→83% 전망이 부른 나비효과

샌디스크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2.1% 급락하며 국내 증시에 충격파를 보냈다. 이 미국 반도체 기업의 부진한 주가는 그대로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발동으로 이어졌다.

샌디스크는 현지시간 5일 2026 회계연도 4분기(4~6월) 매출이 8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372%, 전 분기 대비 51%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주당 순이익은 39.25달러로 블룸버그 예상치 34.60달러를 13.4% 웃돌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성과를 냈다. 특히 데이터센터 매출은 29억80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했으며, 매출총이익률은 84.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실적이 아닌 전망치에 쏠렸다. 샌디스크는 다음 분기(2027연도 1분기·7~9월) 매출 가이던스를 103억~108억달러로 제시했다. 시장 예상치 111억6000만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매출총이익률 전망이다. 현재 84.6%의 마진율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가 앞으로의 마진을 79~83%로 안내한 것이다. 회사 스스로 수익성 악화를 예고한 셈이다.

이 같은 가이던스는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샌디스크는 낸드 매출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낸드 원툴’ 회사다. 7월 이후 낸드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심리가 확산되면서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2026년 들어서만 ‘텐배거'(주가 10배 상승)를 달성했던 주가는 고점 부담을 안고 있었고, 예상보다 낮은 가이던스가 촉매제가 됐다.

샌디스크의 부진은 곧바로 국내 반도체주 급락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삼전닉스’가 동반 하락하며 코스피는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5%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되는 경계 경보로, 2026년 들어 8월 6일까지 24번째 발동이었다. 2025년과 비교하면 8배나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샘디스크의 마진율 전망 하향이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84.6%라는 역대 최고 마진율에서 최대 5.6%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은 낸드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를 자극했다. 특히 중국 국영기업 창신메모리(CXMT)가 추가 공장 증설을 예고한 상황과 맞물리며 시장 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샌디스크는 14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일반적으로 주가 호재로 작용하지만, 미래 수익성 악화 전망을 상쇄하기엔 부족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12.1% 급락했던 주가는 5%대 하락으로 낙폭을 일부 줄이며 마감했으나, 이미 국내 증시에는 충격이 전달된 후였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연결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미국 한 기업의 분기 가이던스가 한국 증시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것이다. 샌디스크의 몸집은 이미 SK하이닉스를 넘어섰고 삼성전자를 위협할 정도로 커진 상태다. 낸드 가격 추이가 곧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 주가를 결정짓는 만큼, 향후 낸드 시장 동향이 국내 증시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