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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만 지역에서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워싱턴과 테헤란 간의 군사적 대치는 중동 안보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속적인 군사작전은 단순한 보복 차원을 넘어 지역 내 힘의 균형을 재설정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미 군부는 이란의 방공 인프라와 레이더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자위적 행동으로 규정하며, 작전의 완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틀 연속 실행된 군사행동의 패턴은 일회성 응징이 아닌 체계적인 군사 캠페인의 성격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중동 군사개입은 걸프전(1991년)과 이라크 자유작전(2003년) 등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특징으로 했다. 그러나 현재의 작전 방식은 공중우세 확보와 전략표적 제거에 집중하는 제한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전 이후 미국이 선호해온 ‘결정적 신속작전(decisive swift operations)’ 교리의 변형으로, 정치적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군사적 메시지는 극대화하려는 계산이다. 특히 방공망과 조기경보체계에 대한 우선 타격은 향후 작전의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는 전술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테헤란의 대응전략은 비대칭 전력 활용이라는 전통적 접근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걸프 지역 미군 기지들에 대한 공격 위협은 직접적인 전면충돌보다는 지역 내 미군 주둔 비용을 증가시켜 정치적 피로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는 1980년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가 구사했던 소모전 전략의 현대적 버전이며, 장기전을 통해 상대의 개입 의지를 약화시키는 혁명수비대의 전통적 교범에 부합한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리적 요충지는 이란에게 세계 에너지 안보를 인질로 삼을 수 있는 전략적 지렛대를 제공한다.
금융시장의 역설적 반응은 투자자들의 복잡한 위험 계산을 반영한다.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이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가격 하락을 경험한 것은 시장이 전면전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금 시세가 20만원 선을 하회한 현상은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예상보다 제한적으로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2020년 솔레이마니 제거 당시 단기 급등 후 급락했던 패턴과 유사하며, 시장 참여자들이 양측 모두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행동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략 분석가들은 현재 상황을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관리된 대치’로 볼 수 없다고 경고한다. 당시에는 모스크바와 워싱턴 간 직통 핫라인과 명확한 외교 채널이 존재했지만, 현재는 그러한 안전장치가 부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당국자와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긍정적 신호로 보이나, 구체적인 협상 메커니즘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수사적 제스처에 그칠 위험이 있다. 1914년 사라예보 사건이 세계대전으로 확전된 것은 외교적 안전판의 부재 때문이었다는 역사적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전망된다. 첫째는 제한적 타격 후 사실상의 휴전으로 이어지는 동결 시나리오다. 둘째는 이란의 대리세력을 통한 간접 보복이 지속되는 저강도 분쟁의 장기화다. 셋째는 오판이나 우발적 사건으로 인한 급격한 확전이다. 현재 전개 양상은 두 번째 시나리오로 수렴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전체를 불안정한 회색지대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100일이 넘은 대치가 종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은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의 장기 소모전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중동이 “지옥이 될 것”이라는 경고는 과장이 아니라 신중한 전략적 평가에 기반한 예측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