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 철분제만 복용하거나 철분이 많은 음식만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단순히 철분 섭취량을 늘리는 것보다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전신에 운반하는 핵심 단백질로, 이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 바로 철이다. 체내 철 농도가 낮아지면 헤모글로빈 합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피로감, 두통, 창백한 안색, 호흡곤란 같은 빈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영양학계에서는 철분 결핍성 빈혈을 막기 위해서는 철분 단독 섭취보다 비타민 B12, 엽산, 비타민 C 등 연관 영양소를 함께 보충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철분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동물성 식품에 포함된 헴철은 체내 흡수율이 15~35%로 비교적 높은 반면, 식물성 식품의 비헴철은 흡수율이 2~20%에 불과하다. 따라서 같은 양의 철분을 섭취하더라도 어떤 형태인지에 따라 실제 체내 이용도는 크게 달라진다.
붉은 살코기인 쇠고기는 헴철의 대표적인 공급원이다. 흡수율이 높아 철분 결핍 상태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으며, 적혈구 성숙에 관여하는 비타민 B12와 아연도 함께 들어있다. 다만 가공육이나 지방이 많은 부위의 과도한 섭취는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적정량 섭취가 권장된다.
굴을 비롯한 조개류 역시 헴철과 비타민 B12를 동시에 제공하는 우수한 식품이다. 비타민 B12는 골수에서 DNA 합성 과정에 필수적이며, 결핍 시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거대적혈모구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 굴에는 철 운반 단백질인 세룰로플라스민의 구성 성분인 구리도 풍부해 철분의 체내 활용도를 높인다.
채식 위주 식단을 유지하는 경우 두부가 좋은 선택지가 된다. 대두로 만든 두부는 비헴철과 엽산을 함께 공급하며, 엽산은 적혈구 분열과 성숙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비헴철은 흡수율이 낮기 때문에 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곁들이면 흡수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시금치 같은 녹색 잎채소는 엽산 함량이 매우 높다. 엽산 부족은 적혈구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는 거대적혈모구빈혈의 주요 원인이 된다. 시금치에도 비헴철이 들어있지만 흡수율을 고려해 비타민 C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영양사 에이미 우드먼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성분도 있기 때문에 식사 구성에 신경 써야 한다”며 “커피나 차에 든 탄닌 성분은 철분 흡수를 저해할 수 있어 식사 직후보다는 시간 간격을 두고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결국 빈혈 예방을 위해서는 헴철이 풍부한 육류와 해산물을 적절히 섭취하고, 식물성 비헴철 식품을 먹을 때는 비타민 C가 든 과일이나 채소를 함께 먹는 식단 구성이 필요하다. 철분 단독이 아닌 비타민 B12, 엽산 등 적혈구 생성에 관여하는 영양소를 균형 있게 보충하는 것이 장기적인 빈혈 예방의 핵심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