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 반등 기대는 어렵다”…7월 28% 급락 코스피, 증권가 신중론 확산

7월 들어 한 달 동안 20% 넘게 하락한 국내 증시가 단기간 내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화정책 긴축 전환과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시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집계 결과, 7월 1일부터 24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25억9603만달러로 약 3조8000억원에 달했다. 전월 순매수액 6억3296만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사이 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코스피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투자 자금이 미국 증시로 이동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4일 사상 최고치인 139조6948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달 23일에는 104조2975억원으로 한 달간 20% 이상 감소했다.

서학개미들의 자금은 주로 반도체 관련 상품으로 유입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일일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가 13억532만달러 순매수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에도 6억7555만달러가 유입되며 2위에 올랐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코스피는 지난달 21일 9114포인트에서 이달 20일 6516포인트로 28.5% 하락했다”며 “코로나19 당시 36% 하락, 2022년 미국 금리 인상기 31% 하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54%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주가 급락 후 시장은 코로나19처럼 급반등하거나, 2022년처럼 장기간 바닥을 찾는 두 가지 패턴을 보였다”며 “현재는 단기 급락 형태로 코로나19와 유사하지만 통화정책 방향이 정반대여서 급반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보다 높은 상황이다. 허 연구원은 “국내 주가가 저점을 통과했더라도 하락폭을 빠르게 회복하는 데는 한 달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 둔화도 우려 요인이다. 알파벳의 영업이익률은 1분기 36.6%에서 2분기 34.2%로 낮아졌으며, 잉여현금흐름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설비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출시 전 수준으로 줄었지만,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여전히 높은 거래량을 유지하며 본주 거래대금을 상회하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예상과 달리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 전환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연기금 등은 이달 1~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684억원을 순매수했다. 월간 기준 연기금의 매수 우위는 올해 처음이다. 특히 SK하이닉스를 4258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 급락으로 국민연금 보유 주식의 평가액이 하락하면서 리밸런싱을 위한 매도 부담이 줄어들었고, 일부 급락 종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로 지난해 4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증권가는 국내 증시의 하락 압력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면서도, 완전한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