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선언에 코스피 7.24% 급락했는데, 정유·화학주는 왜 10% 넘게 올랐을까?

2026년 9월 3일 코스피는 7.24% 급락하며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이 촉발한 지정학적 충격이었다. 1980년 집계 이래 역대 14번째 낙폭으로, IMF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하락이었다. 같은 날 오후 12시 5분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삼성전자는 9.88%, SK하이닉스는 11.50%, 현대차는 11.72% 각각 급락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정유·화학주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롯데케미칼은 17.60% 상승한 6만7500원, 대한유화는 13.49% 오른 110만200원으로 두 자릿수 급등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10.94% 올랐고, LG화학은 5.56%, S-Oil은 4.52% 상승했다. 지수 전체가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이들 종목만 역주행한 배경은 무엇일까.

핵심은 국제유가의 급등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의 봉쇄 선언 직후 WTI는 배럴당 93달러를 돌파했고, 브렌트유는 100달러에 근접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즉각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나프타 등을 생산하는데, 원유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 정제마진이 확대된다.

실제로 미국 경유 가격은 갤런당 5.9달러로 1년 새 60%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UAE 원유 가격은 배럴당 107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의 8월 해상 원유 수입량은 7월보다 3% 증가하며 수요 회복 신호를 보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MWh당 74유로, 동북아 LNG 가격은 MMBtu당 24달러로 2022년 말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 개선 기대도 동시에 부각됐다. 모노에틸렌글리콜(MEG) 스프레드가 2021년 이후 최고치로 상승하면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같은 올레핀 계열 제품의 마진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단순한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고 제품 가격 전가와 마진율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KB증권은 “전쟁 장기화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유가 상승 및 인플레이션 위험을 자극하며 증시 전반에 타격을 줬지만, 정유·화학 업종에는 오히려 수익성 개선 기대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정제마진과 석유화학 제품 가격에 반영될 것이란 기대가 매수세를 끌어들인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두 가지 변수에 달렸다. 첫째는 중동 정세의 전개 방향이다. 호르무즈 봉쇄가 실제로 장기화되면 유가는 더 오르겠지만, 외교적 해법이 마련되면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다. 둘째는 정제마진의 실제 개선 여부다. 원유 가격만 오르고 제품 가격 인상이 제한되면 마진은 오히려 축소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최종 제품 가격으로 전가되는 속도와 폭이 관건이다.

결국 코스피 급락 속 정유·화학주의 강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특정 업종에는 수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시장 전체가 하락해도 섹터별로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업종별 펀더멘털 변화를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