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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하반기 들어 반복된 급등락과 박스권 흐름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9월 들어 10거래일 동안 개인은 ETF·ETN 포함 15조 5577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 4520억원, 4조 1919억원을 순매수했고, 기타법인도 21조 6901억원을 매수하며 지수를 지탱했다. 개인만 홀로 매도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9월 들어 6562.72선에서 7051.64선 사이를 오가는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자 반등을 손실 회복이나 본전 탈출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상반기 AI 반도체 열풍 속에서 900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피는 이후 20% 가까운 조정을 받으며 7200선까지 하락했고,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 투자를 활용했던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마진콜과 큰 손실을 경험했다. 이런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자 투자 심리가 급속히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수 흐름을 들여다보면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압력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9월 증시를 박스권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로 제시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가운데 금리 상승 압력이 상단을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에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고, 미 국채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60%로 점치고 있어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배경에는 누적된 매물 부담도 자리하고 있다. 한 증권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개인은 코스피 7000~8000 구간에서 49조 1200억원, 8000~9000 구간에서 34조 480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수가 7000선을 넘어설수록 본전 회복이나 소폭 수익 실현을 노린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실제로 9월 초 코스피가 7000선을 회복하자 개인 매도세가 본격화됐다.
투자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것은 향후 전망의 불확실성이다. 일각에서는 경기선행지수가 조만간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코스피가 이미 고점을 통과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시각에서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단기 국채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따라붙는다. 증시 조정기에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가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을 때 저가 매수에 나서라는 전략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7200선이 바닥으로 확인되면 다시 강세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반복된 급등락과 박스권 장세에 지쳐 낙관론을 믿기보다는 반등을 실탄 회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본전만 오면 바로 팔 것”이라며 “코스피 전망이 오른다고 해도 불안해서 못 버티겠다”고 말했다. 역대급 변동성을 겪으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태도로 돌아선 것이다.
수급 구조상으로도 개인의 이탈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국인과 기관, 기타법인의 매수세가 지수 하락을 제한하고 있지만, 박스권을 상방 돌파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적극적인 매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개인투자자들은 반등을 매수 기회가 아닌 매도 기회로 인식하고 있어, 지수가 7000선 중반대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미 연준의 금리 결정, 중동 정세 안정화 여부, 그리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가시적인 모멘텀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개인의 관망세와 매도 우위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