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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영방송 BBC가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사례를 집중 조명하며 AI 투자 열풍의 이면을 파헤쳤다. 14일 BBC는 올해 7월 말까지 약 120만 개의 개인투자자 계좌가 마진콜에 직면했다고 추산하며, 이는 한국 경제활동인구 30명 중 1명꼴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마진콜은 증권사가 대출을 통해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에게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조치로,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했을 때 발동된다. 투자자가 요구된 금액을 입금하지 못하면 보유 주식이 강제 매도되면서 손실이 확정된다.
BBC가 소개한 실제 피해 사례는 충격적이다. 올해 말 결혼을 앞둔 은행원 A씨는 내집 마련 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기술주에 투자했다가 7월 한 달 동안에만 약 2000만원을 잃었다. 투자 자산 가치가 25% 가량 폭락한 것이다. A씨는 “손실을 만회하려면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다”며 주변 친구들 중 상당수가 저축한 돈을 모두 쏟아 부은 후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직장인 B씨는 올해 보너스와 저축액 약 5000만원을 반도체 기술주에 투자했다가 7월 하순 급락장에서 절반 이상을 날렸다. B씨는 “AI 붐이 계속될 것으로 믿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빠르게 악화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더욱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한 40대 투자자는 식당 창업 자금으로 모은 3억원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 투자했다가 자산이 반토막 났다. 이 투자자는 “AI 열풍을 믿고 투자했는데 꿈이 산산조각났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금융회사 BNY의 전략가 위쿤 총은 “코스피는 최근 몇 달간 역사상 가장 가파른 수준의 조정을 경험했다”며 “이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폭락장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투자 분석가 토비아스 레거는 “기술주가 수개월간 급등한 후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극도의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투자는 자기 자금보다 많은 주식을 매수할 수 있어 주가 상승 시 수익을 키울 수 있지만, 하락 시에는 마진콜 위험에 노출된다.
BBC는 기술주 비중이 높은 코스피를 세계에서 변동성이 가장 큰 주가지수 중 하나로 평가했다. 올해 들어 AI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시 상승을 주도했으나, 최근 AI 투자금 회수 우려 등이 커지면서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세장에서 대출까지 동원해 반도체 기술주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이번 급등락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높은 수익률에 환호했지만, 하락 국면에서는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는 투자 열풍 속에서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