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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올해는 얼마를 모았는지, 자산은 얼마나 불어났는지 계산하다 보면 어느새 숫자에만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돈이 많아질수록 그것이 온전히 내 능력으로 만든 결과라고 여기기 쉽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을 키워낸 손웅정 감독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겸손하라.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 재능도, 기회도, 그로 인해 얻은 성과도 온전히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말은 축구장을 넘어 우리가 돈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돈 앞에서 겸손을 잃는 태도들이 보인다.
3위 – 돈을 내 능력의 증거로만 여기는 태도
목표 금액을 달성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자부심이 생긴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을 자기 능력의 결과로만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 시장의 흐름, 주변의 도움, 시대적 운까지 모두 내 실력으로 환원시킨다.
이런 태도는 돈이 늘어날수록 강화된다. 투자 수익이 났을 때 시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안목만 칭찬한다. 사업이 잘될 때 함께 일한 사람들의 역할은 잊고 자신의 판단력만 떠올린다. 손웅정 감독의 말처럼 ‘주어진 것’의 몫을 인정하지 않으면, 돈은 겸손 대신 교만을 키우는 도구가 된다.
2위 – 번 돈을 과시의 수단으로 쓰는 태도
돈이 생기면 그것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따라온다. 명품 가방, 고급 차, 비싼 식사 모임. 소비 자체보다 ‘내가 이만큼 벌었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과시는 돈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도구로 착각할 때 시작된다. 소득 수준이 곧 인격의 수준이라고 믿고, 재산 규모가 곧 사회적 위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게 주어진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돈은 내가 소유한 것이 아니라 잠시 관리하는 것에 가깝다. 과시는 그 관리권을 마치 영구적 소유권처럼 착각하는 데서 나온다.
1위 – 돈을 혼자 번 것처럼 행동하는 태도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돈을 벌기까지의 과정에서 다른 요소들을 지우는 것이다. 부모의 지원, 배우자의 뒷바라침, 동료의 협력, 고객의 선택, 심지어 건강과 시대적 기회까지. 이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오직 내 노력만으로 이룬 결과라고 여긴다.
이런 태도는 감사를 잃게 만든다. 돈을 벌수록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나눔이나 환원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손해로 느껴진다. 손웅정 감독이 아들에게 “다 너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공이 크면 클수록 그 안에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들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혼자 번 것처럼 행동하는 순간, 돈은 관계를 단절시키는 벽이 된다. 주변 사람들은 멀어지고, 결국 숫자만 남는다. 겸손은 단순히 낮은 자세를 뜻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의 출처를 정확히 아는 태도다.
오늘 저녁, 통장을 열어보기 전에 작은 메모 하나를 남겨보면 어떨까. ‘이 돈을 벌기까지 누구의 도움이 있었나’ 같은 질문 한 줄이면 충분하다. 거창한 반성이 아니라 잠깐의 환기만으로도 돈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