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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고 믿습니다. 밤새 아이 열 재며 뜬눈으로 지새운 날, 아이 학비 마련하려 허리띠 졸라맨 시간들을 떠올리면 ‘내가 얼마나 애를 사랑하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정말 아이에게 약이 되고 있는지, 혹시 우리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수많은 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져 온 오은영 박사는 예스24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성숙한 사랑이 자녀를 멍들게 한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하는 행동이 오히려 아이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부모 세대인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사랑의 부족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착각입니다. 그 박사의 통찰에 비추어 보면, 우리가 특히 경계해야 할 부모로서의 착각 세 가지를 짚어볼 수 있습니다.
3위 – 내가 다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착각
아이가 힘들어할까 봐, 실패할까 봐 미리 길을 깔아주고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부모가 있습니다. 신발 끈도 대신 묶어주고, 숙제도 옆에서 거의 대신하다시피 하며, 친구 관계에도 일일이 개입합니다. 이것이 헌신적인 사랑이라 믿지요.
하지만 이런 사랑은 아이가 스스로 해낼 기회를 빼앗습니다. 넘어져 보지 않은 아이는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없고, 좌절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없습니다. 부모의 과잉보호는 성숙한 사랑이 아니라, 아이를 영원히 미성숙한 상태로 묶어두는 행위입니다. 진짜 사랑은 아이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용기입니다.
2위 – 내 기대를 채우는 것이 아이의 행복이라는 착각
“엄마 아빠는 네가 행복하길 바라”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정해놓은 길로만 가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대학, 안정적인 직장, 남들이 부러워할 배우자. 우리 세대가 이루지 못한 꿈이나 우리가 겪은 고생을 아이만큼은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지요.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미완성 꿈을 완성해줄 대리인이 아닙니다. 부모의 기대를 채우느라 정작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자란 아이는, 겉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공허함에 시달립니다. 미성숙한 사랑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빚으려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아이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도록 믿고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1위 – 사랑한다면 당연히 알아줄 거라는 착각
우리는 종종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희생했는데 애가 모를 리 없지.’ ‘말 안 해도 내 마음 알 거야.’ 밥 차려주고, 등록금 내주고, 씻은 옷 개켜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했으니 아이도 당연히 그 마음을 알아줄 거라 기대하지요.
하지만 아이는 부모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가 아닙니다. 말하지 않은 사랑은 전달되지 않고, 표현되지 않은 마음은 오해를 낳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랑을 베풀었으니 당연히 보답받아야 한다는 기대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해줬는데”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 거래가 됩니다.
아이를 정서적으로 멍들게 하는 가장 큰 착각은 바로 이것입니다. 사랑은 조건 없이 주는 것인데, 우리는 그 사랑에 대한 감사와 순종을 당연한 대가로 요구합니다. 성숙한 사랑은 보답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그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춰 표현하고, 아이의 반응이 내 기대와 다르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오늘 저녁 자녀에게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요. “엄마(아빠)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느낄 때가 언제야?” 아이의 대답은 어쩌면 우리 생각과 전혀 다를지도 모릅니다. 밥 차려줄 때가 아니라 그냥 옆에 앉아 이야기 들어줄 때라고 말할 수도 있고, 잔소리하지 않고 실패를 인정해줄 때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대답 속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이, 그리고 우리 사랑의 진짜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