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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본능적으로 상대를 탓한다. 저 사람이 이기적이어서, 저 사람이 배려심이 없어서, 저 사람이 변해서 관계가 어긋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원인을 상대에게서 찾는 동안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진다.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말로 유명하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개들을 만나며 그가 발견한 건 단순한 진실이었다. 개의 문제는 대부분 개 자체가 아니라 환경과 관계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것. 이 지론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가 관계의 문제라고 부르는 것들,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3위 – 상대를 고정된 존재로 단정하기
관계가 틀어지는 세 번째 이유는 상대를 이미 정해진 성격의 소유자로 단정 짓는 태도다. “저 사람은 원래 그래”, “성격이 그런데 어쩌겠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상대를 변할 수 없는 존재로 고정시킨다.
강형욱이 문제견을 만날 때마다 확인하는 건 개의 본성이 아니라 개가 처한 상황이다. 같은 개라도 환경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것이 그 사람의 고유한 본성인지 아니면 지금 관계 방식이 만들어낸 반응인지 구분해야 한다. 상대를 단정하는 순간 관계는 정체된다.
2위 – 내 방식만 옳다고 믿기
관계가 어긋나는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의 소통 방식만이 정답이라고 믿는 데 있다. 나는 이렇게 표현하는데 상대는 왜 못 알아듣느냐고, 나는 이 정도면 배려인데 왜 상대는 불만인가 하고 답답해한다.
개를 훈련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개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다. 사람의 언어를 개에게 강요하면 교감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관계도 다르지 않다. 내가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상대에겐 간섭일 수 있고, 내가 솔직하다고 여기는 말투가 상대에겐 폭력일 수 있다. 문제는 상대가 아니라 내 방식이 유일한 정답이라는 착각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맞고 안 맞음의 문제인데, 우리는 자꾸 도덕의 영역으로 끌고 간다.
1위 – 문제의 원인을 상대에게서만 찾기
관계가 틀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모든 문제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태도다. 갈등이 생기면 상대의 잘못을 세고, 상대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상대만 변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믿는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말의 핵심은 문제의 초점을 바꾸는 데 있다. 개를 문제라고 보는 순간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관계 방식을 문제라고 보면 길이 열린다. 사람 사이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문제로 규정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상대를 바꿀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관계 방식을 문제로 보면,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인다.
흔히 “저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저 사람과의 관계 방식이 나를 힘들게 한다”가 맞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결정적이다. 전자는 무력감을 주지만, 후자는 변화의 여지를 남긴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를 떠올리고, “저 사람이 문제야”라는 문장을 “우리의 관계 방식 중 무엇이 문제일까”로 바꿔 적어보는 것이다. 종이 위에 쓴 그 한 문장이, 오래된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시작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