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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대개 내가 뭔가 잘못했다는 증거처럼 다가온다. 준비가 부족했거나, 판단이 미숙했거나, 노력이 모자랐다는 자책이 뒤따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패를 감추려 하고, 빨리 잊으려 애쓴다. 실패가 자신의 무능을 증명하는 것 같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평생 우리 사회의 지성으로 불렸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말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고.” 성공도 실패도 모두 자기 힘으로 만든 결과라고 믿었던 사람이, 인생의 끝에서 내린 결론이다. 그의 말은 실패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얼마나 편협한지 돌아보게 만든다.
3위 –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는 시선
실패하면 사람들은 자신을 공격한다.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왜 미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며 자신을 몰아세운다. 모든 결과가 자기 능력의 산물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령의 말대로 성공이 온전히 내 힘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면, 실패 역시 마찬가지다. 타이밍, 환경, 타인의 선택, 예측할 수 없었던 변수들이 얽혀 있다. 실패를 오롯이 자기 탓으로만 돌리는 건 성공을 자기 공으로만 여기는 것만큼이나 오만한 태도다.
2위 – 통제 불가능한 것에 집착하는 습관
실패 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이다. 과거를 되짚으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었던 것까지 통제했어야 했다고 자책한다. 결과를 바꿀 수 있었을 거라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이어령은 자신의 성취가 선물이었다고 고백했다. 그 말 속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겸손이 담겨 있다. 실패 역시 내가 통제할 수 없던 무언가의 결과일 수 있다. 통제할 수 없었던 것을 붙잡고 괴로워하는 대신, 그것을 인정하고 놓아주는 편이 다음을 준비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1위 – 받은 것을 세지 않는 태도
실패하면 사람들은 잃은 것만 센다. 날아간 시간, 허비한 돈, 무너진 관계를 떠올리며 자신이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계산한다. 실패가 모든 것을 앗아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어령의 고백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자신이 이룬 것조차 선물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자신이 받은 것들을 세는 습관을 가졌기 때문이다. 실패 후에도 마찬가지다. 실패 과정에서 만난 사람, 배운 교훈, 단련된 인내, 얻은 경험은 모두 선물이다. 그걸 세지 않으면 실패는 그저 상실로만 남는다.
받은 것을 세는 사람은 실패를 다르게 본다. 잃은 것과 얻은 것을 함께 놓고 보면, 실패는 단순히 망한 사건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배움이 된다. 이어령이 인생 끝에서 모든 걸 선물로 볼 수 있었던 건, 그가 평생 받은 것을 기억하는 연습을 해왔기 때문이다.
오늘 잠들기 전, 지난 실패 하나를 떠올려보라. 그 과정에서 얻은 것 세 가지를 노트에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작은 통찰이든, 예상치 못한 인연이든, 자신에 대한 발견이든 상관없다. 받은 것을 세는 습관이 쌓이면, 다음 실패는 조금 덜 무섭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