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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세대와 함께 여행을 떠나면 처음엔 다들 기대에 차 있다. 하지만 이틀째부터 서로 눈치를 보거나 말수가 줄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여행지나 날씨가 아니라 일정을 짜는 방식에 있다.
세대가 다르면 여행에서 원하는 것도 다르다. 부모는 천천히 둘러보고 싶어 하고 자식은 많은 곳을 빠르게 움직이려 한다. 서로 배려한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일정을 정하려면 의견이 엇갈린다. 미리 정해둔 원칙 없이 그때그때 맞추다 보면 누군가는 참게 되고 결국 불편한 기억만 남는다.
첫째, 하루 일정에 활동 시간과 쉬는 시간을 명확히 나눈다
자식 세대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꽉 채워 움직이는 일정을 선호한다. 하지만 중장년은 오전에 두세 시간 걷고 나면 쉬어야 다음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서로 체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정을 짜면 부모는 끝까지 따라가려다 지치고 자식은 속도를 맞추느라 답답해진다.
여행 전에 하루 중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함께 움직이고 나머지 시간은 각자 보낼지 미리 정해두는 편이 낫다. 예를 들어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두 시까지만 같이 다니고 그 뒤는 각자 쉬거나 원하는 곳을 가는 식이다. 처음부터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려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서로에게 편하다.
둘째, 식사 장소는 두 곳을 후보로 정해두고 당일 선택한다
여행지에서 식당 하나 고르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부모는 익숙한 메뉴와 담백한 음식을 원하고 자식은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곳을 찾는다. 양쪽 다 양보하지 않으면 식사 시간이 다가와도 결정을 못 하고 결국 아무 데나 들어가 불만만 쌓인다.
미리 두 가지 정도 후보를 정해두고 당일 컨디션에 따라 고르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한 곳은 부모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 다른 한 곳은 자식이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나눠두면 선택지가 명확해진다. 매 끼니마다 새로 찾으려 하지 말고 아침과 저녁 정도만 함께 먹기로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 일정표를 만들되 하루 한 가지는 비워둔다
여행 전에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는 편이 안심이 된다. 하지만 모든 시간을 채워 넣으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 융통성이 없어진다. 특히 날씨가 바뀌거나 피로가 쌓였을 때 일정을 바꿀 여유가 없으면 서로 부담을 느낀다.
하루 일정 중 한 가지 정도는 빈칸으로 남겨두고 당일 상태를 보며 추가하거나 쉬는 편이 낫다. 계획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여행을 불편하게 만든다. 비워둔 시간이 있어야 예상보다 좋았던 장소에서 더 머물거나 몸 상태에 맞춰 쉴 수 있다.
넷째,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미리 말해둔다
여행을 함께 가면 상대가 원하는 대로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계속 참으면 여행 내내 아쉬움이 남는다. 부모는 천천히 산책하고 싶은데 자식을 따라 계속 차를 타고 이동만 하거나, 자식은 가보고 싶었던 곳을 포기하고 부모 속도에만 맞추면 결국 불만이 쌓인다.
출발 전에 서로 꼭 하고 싶은 일 한 가지씩은 미리 말해두고 그것만은 양보하지 않기로 정하는 편이 낫다. 나머지 일정은 조율하되 각자의 우선순위 하나는 지켜주는 방식이다. 모든 것을 맞추려 하지 말고 중요한 것 하나씩만 확실히 챙기는 쪽이 서로 덜 억울하다.
가족 여행은 함께 있는 시간 자체보다 서로 불편하지 않게 보내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일정을 빡빡하게 채우지 말고 쉬는 시간을 미리 정해두고, 식사 장소는 두 곳 정도만 후보로 두며, 하루 일정 중 한 가지는 비워두고, 각자 하고 싶은 일 하나씩은 양보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많이 다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참지 않고도 편하게 보낼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