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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시간이 많아지면 부부 사이가 편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자식도 다 키웠고 경제적 압박도 줄었으니 이제 좀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오히려 사소한 일로 자주 부딪히고, 말다툼이 늘어나는 부부가 적지 않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유를 짚어본다.
3위.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으니 습관이 눈에 밟힌다
직장 다닐 때는 하루 중 일부만 얼굴을 봤지만 은퇴 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집에 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상대의 습관이 전보다 훨씬 자주 눈에 들어온다.
TV 볼륨 크기, 식사 후 설거지 타이밍, 화장실 쓰는 방식처럼 예전에는 신경 안 쓰던 것들이 반복되면 불편해진다. 나이 들수록 자기 방식이 굳어지는데 상대도 마찬가지다 보니 서로 맞추기가 더 어렵다.
2위. 역할이 사라지니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간섭한다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자녀 양육이 끝나면 명확한 역할이 없어진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호해지고 쓸모없다는 느낌이 들기 쉽다.
이럴 때 상대에게 이것저것 지적하거나 자기 방식을 강요하면서 자신이 여전히 필요한 사람임을 확인하려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내가 해줄게” 같은 말이 늘어나면 듣는 쪽은 간섭으로 느낀다. 서로 자기 존재감을 지키려다 보니 충돌이 잦아진다.
1위. 쌓인 섭섭함을 이제야 꺼내기 시작한다
젊을 때는 바쁘니까 참고 넘어갔던 일들이 시간이 생기면서 다시 떠오른다. 육아를 혼자 했던 기억, 경제적으로 힘들 때 서로 탓했던 순간, 자식 문제로 의견이 갈렸던 일 같은 것들이다.
나이가 들면 과거를 정리하려는 욕구가 커지는데 그 과정에서 묵혀뒀던 감정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상대는 다 지나간 일이라고 여기는데 한쪽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으면 대화가 어긋난다. 그래서 지금 다투는 것 같지만 실은 10년 전 일 때문에 화가 난 경우도 있다.
노년기 부부 갈등은 새로 생긴 문제라기보다 오래 쌓인 것이 드러나는 과정일 때가 많다. 지금 당장 모든 걸 풀 수는 없지만 상대가 왜 저러는지 이유를 이해하려 하면 싸움의 강도는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