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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이 통장에 들어온 날은 오래 일한 보상을 받은 날이지만 동시에 위험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평소 보지 못했던 큰 금액을 보면 판단이 흐려지고 주변 사람들의 제안도 달리 들린다.
문제는 첫 결정이 이후 몇 년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한 번 잘못 쓴 돈은 다시 모으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기회마저 줄어든다. 퇴직금을 받은 직후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네 가지를 정리했다.
넷째, 친구나 지인의 사업에 투자하는 것
퇴직 전후로 오랜 친구나 지인이 사업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다.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 시작하는데 자금이 필요하다며 같이 하자고 제안한다.
문제는 투자가 아니라 우정으로 돈을 내놓게 된다는 점이다. 사업 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수익 구조를 따지지도 않은 채 관계를 생각해 돈을 보내면 나중에 돌려받기 어렵다. 사업이 잘되지 않으면 돈과 사람을 동시에 잃는다. 친한 사이일수록 투자는 더 신중해야 한다.
셋째, 목돈을 한 번에 예금에 몰아넣는 것
퇴직금을 받으면 일단 은행에 넣어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큰돈을 손에 들고 있으면 불안하고 예금이라도 들어야 안심이 된다.
하지만 급하게 한 곳에 몰아넣으면 나중에 필요할 때 쪼개 쓰기 어렵다. 중도 해지하면 이자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목돈이 묶여 있으면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여유도 줄어든다. 받은 직후 며칠은 그냥 입출금 통장에 두고 용도별로 나눠 쓸 계획을 세운 뒤 움직이는 편이 낫다. 조급함이 선택지를 좁힌다.
둘째, 급매 부동산을 서둘러 사는 것
퇴직 후 목돈이 생기면 부동산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주변에서 지금 사두면 오른다거나 급매 물건이 나왔다는 말을 들으면 놓칠까 봐 조바심이 난다.
문제는 서두르면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위치와 시세, 앞으로의 수요를 충분히 살피지 않고 급하게 계약하면 나중에 팔기도 어렵고 관리비만 나간다. 급매라는 말 자체가 함정일 수 있다. 부동산은 목돈을 받았다고 바로 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알아본 뒤 필요할 때 사는 것이다.
첫째, 자녀에게 목돈을 한꺼번에 증여하는 것
퇴직금을 받으면 자녀에게 목돈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미리 상속세를 줄이거나 자녀가 집을 사는 데 보태주려는 의도다.
하지만 본인 노후 자금이 충분한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자녀에게 준 돈은 다시 돌려받기 어렵고 나중에 생활비가 부족해져도 자녀에게 손 벌리기 어렵다. 증여는 본인이 쓸 돈을 확보한 뒤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나눠 하는 편이 안전하다. 자녀를 위한 선택이 결국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본인부터 지킬 돈을 남겨둬야 한다.
퇴직금은 오래 일한 대가지만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위한 종잣돈이기도 하다. 받은 직후 몇 주는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용도를 나눠보고 필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움직이는 것이 좋다. 목돈을 지키는 첫 단계는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