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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이란 전쟁 이후 중동 지역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한국국제정치학회와 공동으로 제2차 서울 중동문제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가자지구 사태 등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한국의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중동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와 한국-중동 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미국, 이탈리아, 일본 등 110여 명의 국내외 전문가가 참석했다. 이경철 중동평화 정부 대표와 정한범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이 개회사와 환영사를 맡았으며, 유진 로건 옥스퍼드대 중동사 교수가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모나 야쿠비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중동 연구부문 국장과 윌리엄 웩슬러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도 참석해 지역 안보 구도 변화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이경철 대표는 개회사에서 세계 질서를 규정해 온 규칙과 규범에 대한 기대가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이 중동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쟁이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지역 전체의 권력 구조와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밝힌 것이다.
회의는 이란과 미국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공급망과 물류 네트워크에 미칠 영향, 주변 산유국들의 입장 변화, 그리고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 및 인프라 사업 지속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부분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체 수송로 확보와 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전쟁 이후 중동 국가들이 안보 협력 구도를 재조정하고 있으며, 한국이 이 과정에서 실용적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뿐 아니라 건설, 방산, 디지털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중동 지역에서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으며, 건설 및 플랜트 수주 규모도 크다. 전쟁 발발 이후 일부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후 복구 수요와 에너지 전환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민간 기업과 학계, 외교 당국이 함께 중동 정세 변화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조율하는 플랫폼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회의는 한국이 중동과의 관계를 단순한 자원 수입국 차원을 넘어, 지역 안정과 경제 협력을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자리로 분석된다. 향후 추가 회의와 실무 협의체 구성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