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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치르고 나면 유족은 한동안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 조문객을 맞고 절차를 마치느라 며칠간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다. 장례식장을 나서면서 비로소 상실의 무게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이때 조문을 못 간 지인이나 먼 친척이 안부를 묻고 싶어 연락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타이밍과 방법을 잘못 고르면 위로보다 부담이 될 수 있다. 장례 직후 유족에게 연락할 때 조심해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첫째, 장례 당일이나 다음 날 아침에는 전화를 피하는 편이 낫다
발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직후는 유족이 가장 지쳐 있을 시간이다. 몸도 마음도 무너진 상태에서 전화벨이 울리면 받기조차 힘들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밤늦은 시간에 전화가 오면 무슨 일인가 싶어 더 놀라게 된다.
급한 용건이 아니라면 장례 당일과 그다음 날 하루 정도는 연락을 미루는 것이 예의다. 사흘째 되는 날 오후쯤 짧은 문자로 안부를 묻는 편이 부담을 덜 준다. 전화는 유족이 먼저 답장을 보내거나 여유를 찾았을 때 하는 것이 낫다.
둘째, 문자를 보낼 때 이모티콘이나 사진은 빼는 편이 좋다
요즘은 문자 대신 메신저로 위로를 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례 이후 보내는 메시지에 이모티콘을 덧붙이면 가벼워 보일 수 있다. 기도하는 손 모양이나 꽃 그림 같은 것도 진심이 담겨 보이기보다 형식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고인과 함께 찍은 옛날 사진을 보내는 것은 좋은 의도일 수 있지만 유족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다시 슬픔이 밀려올 수 있다. 짧고 담담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은 전해진다. “힘내세요”보다는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정도가 더 자연스럽다.
셋째,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는 말보다 구체적인 제안이 낫다
많은 사람이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요”라고 말하지만 유족 입장에서는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 무엇을 부탁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일 때가 많다. 막연한 위로보다는 작은 행동 하나가 더 기억에 남는다.
“다음 주에 제가 근처 갈 일 있으니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같은 구체적인 말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혹은 “며칠 뒤에 가벼운 밥 한 끼 같이 하실 수 있으면 연락 주세요”처럼 상대가 선택할 여지를 주는 방식도 괜찮다. 강요하지 않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장례 직후 유족은 위로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혼자 있고 싶어 한다. 그 시간을 존중하면서도 잊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진짜 위로다. 이틀쯤 지나 짧은 문자 한 통이면 충분하다. 답장이 없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보내야 부담이 없다.
장례는 끝났지만 슬픔은 오래 남는다. 조문을 못 갔더라도 장례 며칠 뒤 조용히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 유족은 외롭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