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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할 때 물을 마시면 배가 불러 음식을 적게 먹게 된다는 일반적인 믿음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성인 86명을 대상으로 한 교차 연구를 통해 식사 도중 물을 많이 마시거나 음식과 물을 번갈아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음식 섭취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이들의 식사 행동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제공된 메뉴는 영국식 매운 소고기 커리와 치킨 커리였으며, 각 참가자에게 450g의 물이 함께 제공됐다. 연구진은 촬영된 영상을 면밀히 분석해 물을 마신 횟수, 한 번에 마신 양, 마시는 속도, 음식과 물을 번갈아 먹은 횟수 등을 세밀하게 측정했다.
분석 결과는 기존 통념과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물을 100g 더 마실 때마다 음식 섭취량은 39g 증가했으며, 열량은 49㎉ 늘어났다. 음식을 한입 먹고 물을 마시는 행동을 반복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패턴이 한 번 반복될 때마다 음식 섭취량은 4.4g, 열량은 5.8㎉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이 위를 채워 포만감을 높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물이 위에서 빠르게 배출되기 때문에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음식과 물을 자주 번갈아 먹으면 입안의 자극이 감소해 식사를 더 오래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물을 삼키기 쉬워지고 입안의 매운맛이나 자극적인 맛이 완화되면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37세였으며 여성이 71%를 차지했다. 체질량지수(BMI) 기준으로 44%가 과체중 또는 비만에 해당했다. 흥미롭게도 음식의 매운 정도를 높이면 식사 속도가 느려지고 섭취량이 감소했지만, 이는 물 섭취량이나 음식과 물을 번갈아 먹는 습관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만으로 물이 직접적으로 음식 섭취를 증가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식사 도중’ 물 섭취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식사 전에 미리 물을 마시는 경우에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 선행 연구에서는 식사 30분 전 물을 충분히 마시면 포만감이 증가해 전체 섭취량이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또한 실험실 환경에서 두 가지 음식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일상적인 식사 환경에서는 훨씬 다양한 종류의 음식과 음료가 제공되며, 식사 시간이나 사회적 상황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페이지 커닝햄 코넬대 영양과학부 교수는 “물은 위에서 빠르게 배출되기 때문에 포만감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다양한 음식을 대상으로 같은 결과가 재현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식사 중 수분 섭취가 포만감과 음식 섭취량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체중 조절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식사 중 물을 많이 마시는 것보다는 식사 전 적절한 수분 섭취, 천천히 먹기, 음식의 질과 양 조절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