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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자신도 모르게 사람을 나누어 보게 됩니다. 학력, 직업, 경제력으로 상대를 재단하고, 마음속으로 위아래를 가르지요. 말로는 평등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느새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다’는 선을 긋습니다. 그 선이 쌓이면 무시가 되고, 무시가 쌓이면 혐오가 됩니다.
조선 4대 임금 세종대왕은 『세종실록』 세종 26년(1444) 윤7월 24일 기록에서 “노비는 비록 천민이나 하늘이 낸 백성 아님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분제가 공고했던 시대에 천민조차 동등한 생명으로 본 이 말씀은, 사람을 함부로 나누는 시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일깨웁니다. 세종의 정신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 우리가 무심코 품는 세 가지 시선이 혐오의 씨앗이 됩니다.
3위 – 쓸모로 사람을 나누는 시선
“저 사람은 이제 별 볼 일 없어”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은퇴했다거나 건강이 나빠졌다는 이유로 상대의 가치를 낮게 봅니다. 자신도 언젠가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은 잊은 채, 생산성과 기여도로만 사람을 평가하지요.
세종은 노비라는 신분이 사회적으로 정해진 역할일 뿐, 그 사람 자체의 가치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누군가 일선에서 물러났다 해도, 그 사람이 지닌 존엄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나누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도 언젠가 버림받을 기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2위 –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시선
옷차림, 말투, 사는 동네를 보고 사람을 가늠합니다. “저런 옷을 입고 다니네”, “말이 촌스러워” 같은 평가를 마음속으로 내립니다. 외양이 곧 그 사람의 됨됨이라고 착각하지요.
세종이 “하늘이 낸 백성”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신분이나 외양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본래의 존엄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아무리 초라해 보여도, 그 안에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가치가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만 보고 사람 전체를 단정 짓는 시선은, 결국 자신도 누군가의 편견 속에 갇히게 만듭니다.
1위 – 서열로 사람을 보는 시선
가장 위험한 것은 사람을 위아래로 세우는 시선입니다. 나보다 배운 게 적다, 가진 게 적다,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상대를 아래로 내려놓습니다. 대화할 때도, 식사할 때도, 무의식중에 순서를 정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지요.
세종은 신분제 사회에 살면서도 천민을 동등한 백성으로 보려 했습니다. 제도는 바꾸지 못했을지라도, 마음속 서열은 허물고자 한 것입니다. 우리 역시 사회적 위치가 곧 사람의 가치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서열을 앞세우는 순간, 관계는 수직이 되고 존중은 사라집니다. 그 자리에 남는 것은 혐오와 단절뿐입니다.
오늘 만나는 사람 앞에서 한 번 멈춰 보십시오. 상대의 직업, 학력, 외모를 떠올리기 전에, ‘이 사람도 나와 똑같이 하늘이 낸 존재’라고 속으로 한 번 되뇌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짧은 생각 하나가, 무심코 품었던 서열의 시선을 지우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