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인간인데..” 김수환 추기경이 말한 혐오를 키우는 말버릇 1위

우리는 누군가를 판단할 때 자신도 모르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을 갖는다. 저 사람은 저 정도밖에 안 되는데, 나는 이 정도는 아는데, 라는 생각이 말끝에 묻어난다. 그 순간 상대는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 평가의 대상이 되고, 우리 입에서 나온 말은 혐오의 씨앗을 품는다.

2007년,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의 모습을 ‘바보’라고 표현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는 것이 바보지.” 평생 약자의 편에 섰던 그가 경계한 것은 지식이나 지위가 아니라, 그것을 내세워 타인을 깎아내리는 태도였다. 그의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말 속에 어떤 오만이 숨어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3위 – “요즘 애들은” 같은 세대 일반화

누군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이 속한 세대 전체를 거론한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 젊은 사람들은 예의가 없다는 식이다. 한 사람의 행동을 본 것뿐인데 그가 속한 집단 전체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

김수환 추기경의 말처럼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로 한 세대를 통째로 재단할 권리는 없다.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 뒤에는 ‘나는 다르다’는 우월감이 숨어 있고, 그 우월감은 상대를 존중할 이유를 지워버린다. 개인의 잘못을 집단의 특성으로 확대하는 순간, 우리는 혐오의 언어를 쓰기 시작한다.

2위 – “내가 해봐서 아는데” 같은 경험 과시

자신의 경험을 근거 삼아 상대의 생각을 무효화하는 말이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게 아니야, 나도 그때는 그랬어 but, 같은 표현이다. 경험은 귀하지만, 그것을 휘둘러 상대의 현실을 부정하는 순간 폭력이 된다.

추기경은 “안다고 나대는 것”을 경계했다. 안다는 것과 나대는 것 사이에는 선이 있다. 경험을 나누는 것은 대화지만, 경험을 내세워 상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은 일방통행이다. 상대의 상황은 내가 겪은 그때와 다르고, 그의 고민은 내 경험으로 재단할 수 없는 고유한 것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 뒤에는 ‘너는 몰라’라는 무시가 따라붙고, 그 무시는 대화를 끊는다.

1위 – “그러니까 그렇지” 같은 확증 표현

누군가 실수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말한다. 그러니까 그렇지, 내가 뭐랬어, 그럴 줄 알았어. 이 말들은 위로나 조언이 아니라 우월감의 확인이다. 상대의 고통을 지지하는 대신, 자신이 옳았다는 증명의 기회로 삼는다.

김수환 추기경의 “다 같은 인간”이라는 말은 수평의 언어다. 누구도 누구보다 본질적으로 나을 수 없다는 뜻이다. 상대가 넘어졌을 때 “그러니까 그렇지”라고 말하는 것은, 그를 같은 인간이 아니라 판단 대상으로 보는 태도다. 그 말 속에는 ‘나는 안 그래’ ‘나는 알았어’라는 거리 두기가 담겨 있고, 그 거리는 연대를 가로막는다. 확증 표현은 상대를 고립시키고, 고립된 자리에 혐오가 자란다.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입에 맴돌 때 한 번만 삼켜보자. “내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겠어요”라는 추기경의 말을 속으로 되뇌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으로 대화를 대신해보는 것이다. 말을 보태지 않아도 존중은 전해진다. 혐오는 거창한 증오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일상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 그 속에 숨은 작은 우월감에서 자란다.